"죄송할 정도"였던 비방전..박형준-이언주 맞수 토론

[2021 4·7 보궐선거]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일 대 일 토론
토론평가단 "박형준이 토론을 잘한 후보" 결론

15일 오후 부산 문화방송MBC를 통한 국민의힘 부산시장 본경선 후보 간 TV 토론회 시작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박형준 후보(왼쪽)와 이언주 후보(오른쪽). 국민의힘 부산시당 제공/MBC

“박형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 사행성 업체로부터 뇌물 받고 실형 산 뒤 현재 캠프에서 도움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냐”(이언주)
“부산 현안에 대해 질문해달라”(사회자)
“티브이(TV) 토론에서 특정 사람을 거론해 인격에 훼손을 주냐. 나중에 사과하셔야 할 것이다”(박형준)
“기사에 나온 사실이니까 답하라”(이)
“오늘 참 죄송하다. 지역 현안 갖고 토론해야 되는데 결국 인신공격 장이 됐다”(박)

‘사생활’로 난타전을 벌였던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이언주 전 의원이 15일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일 대 일 토론에서 또다시 맞붙었다. 2강 체제를 굳힌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의 치부를 드러내며 난타전을 벌이자 사회자가 “현안만 질의해달라”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격돌 속 토론평가단의 선택은 박 예비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초반에는 정치 이력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포문은 이언주 예비후보가 열었다. 이 후보는 “엠비 정권 때 청와대 오래 계셨다. 당시 엠비 정권은 가덕도 신공항을 공약했다가 무산시켰다. 당시 후보께서는 앞장서서 언론 인터뷰하면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바꾸는 데 의미 있다’며 오히려 부산 시민을 설득했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형준 예비후보는 “당시 가덕도가 밀양에 비해 불리했기 때문에, 긴 시간 갖고 검토하는 게 낫겠다 해서 미룬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후보도 지지 않고 이 후보의 ‘민주당 이력’을 문제 삼았다. 박 후보가 “엠비정권 실세였던 게 문제인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그런 맥락이라면, 이 후보도 민주당에서 의원 두 번 하고 탄핵에도 앞장서지 않았냐. 그럼 문재인 정권 탄생에 일조했다고 비판받으면 동의하겠나”라고 묻자 이 후보는 “저는 문 정권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 뛰쳐나왔다”고 응수했다. 또 박 후보가 “경기도 광명에서 두 번 국회의원을 하고 왜 부산 온 거냐. 부산에 당선될까 싶어 온 것 아니냐”고 비판하자 이 후보는 “민주당 떠나면서 광명에서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왔다. 부산은 자유한국당에서 권유했던 것”이라고 맞받았다.

토론 후반부로 갈수록 상호 비방전은 더욱 심화됐다. 이 후보는 “18대 국회의원으로 계실 때 스크린 승마협회 업주 모임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아서 라스베이거스에 외유를 가서 카지노 도박 게임쇼를 보고 오셨다. 돌아오셔서 1억원의 협찬을 받았고, 그해 12월 바다이야기가 엄청난 문제 일으켰음에도 규제강화 막는 역할 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자살하고 물의가 빚어졌다”고 공격했다. 박 후보는 “이 후보가 굉장히 곡해하고 잘못 이야기한다. 잘못하면 허위사실이 된다. 야당 의원으로서 조사받았지만 무혐의였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급기야 후보가 박 후보의 전직 보좌관 문제를 언급하자 공방은 더욱 거칠어졌다. 이 후보가 “박형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 사행성 업체로부터 뇌물 받고 실형 산 뒤 현재 캠프에서 도움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냐”며 실명을 거론하자 박 후보는 “실명 거론해서 누군가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과하셔야 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사회자가 여러 차례 중재에 나서 “‘부산과 관련된 현안’이라는 주제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해야 했다. 결국 자유 토론이 마무리될 무렵 박 후보는 “오늘 참 죄송하다. 지역 현안을 갖고 토론해야 하는데 결국 인신공격의 장이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두 후보자의 토론을 지켜본 토론평가단은 두 사람 중 박 후보를 ‘토론을 잘한 후보’로 선택했다. 당원과 시민 1000명으로 구성된 ‘토론평가단’은 토론회가 끝난 뒤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통해 토론을 잘 한 후보를 선택하는 평가를 진행했다.

앞서 두 후보는 사생활 문제로도 난타전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일 국민의힘 공관위는 검증 결과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며, ‘근거 없는 카더라식’ 의혹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