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 앤 캐치] 바이든의 대중국 전략..지금도 견제론과 협력론이 부딪치고 있다
편집자주
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 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조 바이든의 미국 대선 승리가 굳어지자 먼저 움직인 곳은 국무부였다. 저명 연구소와 학계, 전문가들도 경쟁적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책 결정자들의 눈과 귀를 잡기 위한 외교안보 구상들은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겨냥했다. 중국을 대하는 입장에서 견제론과 협력론으로 나뉘어 흥미로운 논쟁을 벌였고, 바이든 정부가 버려야 할 것, 채택할 것을 놓고 대립했다.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이 불가피했느냐, 아니면 협상을 통해 피할 수 있었느냐 논란의 미중 편이라 할 수 있다.
공방의 시작은 작년 11월 선거 직후 공개된 장문의 국무부 보고서였다. 바이든 정부가 대중 강경책을 유지할 것이란 기대와 주문을 담은 74쪽 분량의 ‘중국 도전의 요소들’은 지난 40년 포용정책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만들었다는 반성에서 시작한다. 최근 중국의 행태가 서방 질서에 직접 위협인 만큼 구소련과 같은 봉쇄가 필요하다는 결론은 1946년 대소련 봉쇄론의 기반을 제공한 조지 케넌의 ‘긴 전문’과 유사하다. 트럼프 정부가 재선에 성공했다면 추진됐을 이 구상에 중국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차이나워처를 운용해온 폴리티코는 오히려 ‘서구가 중국 화법을 바꿔야 할 시간’이라고 반박했다. 대중 협력의 근거로 구소련과 중국은 사회주의 수출을 시도하지 않고, 부유하며 실용적이란 게 이유였다.
대중 견제론자들은 굽히지 않았다. 이들은 여러 매체를 동원해 협상 경험이 없는 전문가, 학자들이 과거의 중국을 보고 말한다며, 협력론자들을 아마추어 취급했다. 이익에 방점을 둔 협력 논리에 대해선 국가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고 직격했다. 뒤이어 나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아미티지-나이의 5차 보고서는 협력론에 무게를 두고 절충을 시도했다. 미중이 상호 보복적 충돌이 아닌 기존 국제 질서 속에서 경쟁하고 견제하는 방식으로 공존해야 하다는 제안이다. 보고서는 아미티지와 나이의 제안들이 역대 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에 영향을 미쳐 왔다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새해 들어선 흥미롭게 ‘시진핑 변수’에 초점을 맞춘 미중 충돌론이 고개를 들었다. 충돌을 먼저 꺼낸 이는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인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였다. 1월 발간한 후버다이제스트에서 그는 미중 양국이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며 중국의 세 가지 위협 요인을 거론했는데 두 가지가 시진핑 국가주석 문제였다. 중국이 전후 세계 질서와 국제 규범의 수정에 나섰고, 시 주석은 정치 명분상 대만 회복이 필요하지만 대만 유화책이 더는 유용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수년은 베트남전 이래 아시아 안보와 평화에 가장 도전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같은 시기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실은 ‘시진핑 변수’의 제거를 담은 장문의 보고서로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전직 고위관료가 쓴 ‘더 긴 전문: 새로운 미국의 중국 전략을 위해’ 보고서는 중국 문제의 처음과 끝이 시 주석의 강압적 통치 방식에 있는 만큼 그의 교체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중국과 시 주석을 분리 대응하라는 주문은 대중국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란 비판이 많았다.
거의 동시에 공개된 브루킹스연구소의 정책보고서가 오히려 현실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중국을 단선적으로 보지 말고 상황에 맞게 협력자, 경쟁자, 도전자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디커플링(탈동조화)만 해도 동맹과 협력국들이 따르기 힘들어, 되레 미국 고립을 자초한다면서 중국 대응의 복잡성을 지적했다. 나중에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에 임명된 커트 캠벨도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중국을 견제하면서 협력 틀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부상과 정책 실패로 기존 질서에 혼란이 생겼다며, 질서 복원을 위해 경제는 한국이 포함된 D-10(민주주의 10개국)을, 안보는 쿼드를 활용토록 제안했다.
대결 구도가 강해진 미중 관계는 2010년 이전만 해도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키메리카(chimerica)로 표현할 만큼 공생적이었다. 상호 의존하는 이익공동체로서 세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실제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에서 미중의 상호의존 관계가 정치적 갈등을 상쇄할 것이란 상호확증 경제 파괴(MAED) 개념이 주목받았다. 냉전 시절 상호확증 파괴(MAD)로 공포의 균형이 유지됐듯이 경제 의존이 높아진 미중은 평화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나아가 서로 핵심 이익이 침해받지 않으면 충돌은 없고, 무력으론 패자가 될 수 없다는 패권경쟁 불가론도 힘을 얻었다.
2010년을 넘어서자 이런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쟁과 갈등 구조가 심화되면서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 회귀 정책을 통해 아태지역을 중시하겠다는 재균형론을 꺼냈다. 시 주석은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약속했다. 이제 패권전쟁은 불가피해졌다는 강경론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구매력 기준 실질GDP(국내총생산)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것도 이 시기다. 중국이 유라시아 패권을 추구한다면 과거 독일 일본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론에 존 미어샤이머 등 현실주의 학자들이 가세했다. 정치학자 그레이엄 엘리슨이 ‘예정된 전쟁’에서 15세기 이후 강대국 패권경쟁 16건 가운데 12건이 전쟁으로 귀결되었다며, 투키디데스 함정을 경고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었다. 분위기를 이어받은 트럼프 정부는 결국 중국을 국가안보 위협이나 경제의 적으로 간주한 강경책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 결과를 되돌아보는 지금 미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중국은 미국이 경험한 경쟁국들과는 다르다”며 “미국은 중국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반성을 제기했다.
바이든 당선 이후 쏟아진 각계의 대중국 구상과 제언은 미국의 고민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단면들이다. 아직 미덥지 못한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접근도 그 사이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대중 전략은 정권에 따라 뒤바뀌기보다는 연속성을 갖되 반복해 수정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 대북정책이 정권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과는 다르다.
이태규 논설위원 tg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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