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축제는 취소돼도..예산은 "혹시 몰라"
[KBS 대구]
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코로나가 와도 얼음은 얼고, 꽃은 핍니다.
하지만 얼음 축제와 봄꽃 축제는 올해도 잇따라 취소됐습니다.
지난달에는 인제 빙어축제가, 또 3월에 열리는 광양 매화축제 역시 일찌감치 취소됐죠.
지난해 대구에서도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 달구벌 관등놀이, 포크·재즈 페스티벌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시 예산이 회수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축제들은 잇따른 취소에도 예산 대부분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배현진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예정된 지역 축제 6백30건 가운데 완료된 축제는 15건, 3%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예산은 46억 원 가운데 42억 원이 집행됐는데요.
강원도는 61개 축제 중 세 개만 개최하고도 예산 8억여 원을 다 썼고, 대구와 전남, 경남도 배정된 예산을 모두 집행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축제 97%가 취소됐지만 예산은 91%가 소진된 겁니다.
배 의원은 "문체부가 '주머니 털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혈세를 낭비했다"며 "운영 계획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요?
올해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예산은 2천8백억 원인데요.
지난해보다 오히려 63억 원가량 증가했습니다.
자세히 보면요.
국제 뮤지컬페스티벌은 23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천만 원 줄었고요.
컬러풀 페스티벌과 오페라 축제도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대구 공연예술제와 국제 바디페인팅 축제 예산은 그대로고요.
달구벌 관등놀이는 줄긴 했지만, 지난해 아예 취소된 행사죠.
대구시는 "4대 대표 축제는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예산을 정상화했고, 다른 축제들도 온, 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해서라도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는데요.
행사도 중요하지만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금수/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 "올해 안에 행사성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냐(는 생각이 들고) '과거에 못 했으니까 올해는 하겠다' 이런 식으로 편의적으로 (예산을) 잡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지금 가장 급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민생을 살피는 것인데..."]
실제로 올해 전체 감염병 관련 예산은 9조 3천억여 원으로, 지난해보다 1.7% 늘어났는데요.
경북이 10.6%, 광주 10%, 부산이 5.6% 늘린 것과는 차이가 큽니다.
이 때문에 민생 예산 우선 배정과 함께, 지역 예술인들이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 등 창의적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올해 충장축제를 취소하고 지역 문화 예술인 지원과 축제 콘텐츠 개발로 사업을 바꿨습니다.
특히 온라인 서포터즈를 모집해 비대면 콘텐츠를 발굴하고 유튜브에서 지속적으로 코로나 극복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축제 기간 기존 공연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고 끝나는 것 보다 예술인들의 활동에 계속성이 보장되겠죠.
또 축제 예산을 아예 긴급재난 지원금으로 주는 자치단체도 많습니다.
지난해 인제는 빙어축제 예산 등 31억 원을 모아 인제사랑 상품권 등을 지급했고요.
단양군, 제천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순천시는 올해도 축제예산을 아껴 모든 시민에게 10만 원씩 지원하는데요.
지역 화폐도 아닌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합니다.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특산물 축제도 취소에 따른 피해가 크죠.
참신한 타개책을 마련한 곳도 있는데요.
산천어 축제 취소로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던 화천군은 산천어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홍명화/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 "아침부터 9시간 동안 작업하고 있거든요. 쉴 시간이 없어요. 너무 바빠서. 그래도 마음이 기뻐요. 전국으로 다 시판이 되고..."]
화천군은 살코기 캔과 어묵 등을 개발해 백화점과 홈쇼핑 판매로 이미 산천어 66톤을 처리했고요.
또 어간장과 매운탕 요리 세트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축제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역 문화예술인을 위한 무대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대면 행사를 실시간 방송하는 데 그친 비대면 행사는 시도민들의 문화적 갈증도, 경제적 타격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습니다.
예산 털기 식 축제가 아닌,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고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차별화된 참신한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오아영입니다.
영상편집:김희영/그래픽:김현정
오아영 기자 (a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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