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달원은 노동자 아니다' 명시..정부 입장인 듯 부풀려

박준용 2021. 2. 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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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한국 정부가 배달원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독립계약자(자영업자)로 판정했다'고 명시한 근거는, 지방노동관서에 들어온 단순 진정 사건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이 증권 신고서에 "한국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국내 규제기관은 쿠팡플렉스 파트너와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를 노동자(employees)가 아닌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로 판정했다"고 적은 것은 지방노동청의 행정종결 사건 등 3건을 근거로 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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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권거래위에 낸 증권신고서 논란
지방노동청 단순진정 처리 결과 근거
'배달원은 독립계약자(자영업자)' 기재
"투자자에게 오해 유발 가능성" 지적
설연휴 마지막날인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건물 앞에 쿠팡배송 차량이 세워져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쿠팡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한국 정부가 배달원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독립계약자(자영업자)로 판정했다’고 명시한 근거는, 지방노동관서에 들어온 단순 진정 사건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군다나 쿠팡이츠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별도의 근거 자료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이 증권 신고서에 “한국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국내 규제기관은 쿠팡플렉스 파트너와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를 노동자(employees)가 아닌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로 판정했다”고 적은 것은 지방노동청의 행정종결 사건 등 3건을 근거로 든 것이었다. 지방노동청에 접수된 민원이나 진정 사건에 대한 처리 결과가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된 것이다.

3건은 모두 쿠팡플렉스 관련이었다. 첫번째 사건은 쿠팡플렉스의 구인광고가 실제로 벌 수 있는 수수료보다 과장됐다는 민원에 대한 것이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산하 서울동부지청은 2018년 11월 “쿠팡플렉서들은 개인배송사업주”라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아 구인광고에 직업안정법 제34조상 거짓구인광고 금지조항을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쿠팡에 회신한 바 있다. 두번째는 쿠팡플렉스에서 일한 ㄱ씨가 쿠팡을 상대로 ‘직업선택권 박탈과 피해보상’에 대한 진정을 했는데,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진정인과 쿠팡 대표가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다”라며 2019년 2월 행정종결한 사건이다. 이어 같은 해 12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쿠팡플렉스 ㄴ씨의 직장내 괴롭힘 진정에 대해서도 "진정인은 (쿠팡)사업장과 배송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한 배송 사업자다. 귀(쿠팡) 사업장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없어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쿠팡에 회신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개별 지방노동관서에 들어온 진정 사건을 근거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투자자에게 소개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증권 신고서는 의사결정 할 때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지방노동청 사건 3개를 모아서 ‘고용노동부가 했다’고 표현하면 오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쿠팡이 쿠팡플렉스에 대한 행정 사건만을 근거로 든 것에 대해서도, “쿠팡이츠 역시 나중에 다른 판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박준용 박태우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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