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효능 논란에 고령층 제외..추가 자료도 4월 말 받아

이진경 2021. 2. 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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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백신, 65세 이상 접종 배제
美·英 등 추가 임상자료 보고 판단
정은경 "국민·의료인 신뢰 잃으면
접종 전체가 흔들려.. 근거 더 필요"
코로나 사망자 95.5%가 60세 이상
접종 일정·백신 공급 지켜질지 변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미룬 것은 백신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효과성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접종을 진행하다 문제가 생길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사업 전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령층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미뤄지는 데 따른 인명피해는 불가피해졌다.

◆“추가 자료 보고 만 65세 이상 접종”

15일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항체 형성 등 면역원성은 인정된다.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확인된다.

다만, 만 65세 이상의 경우 백신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2상 참가자 중 만 65세 이상은 660명(7.4%)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품목 허가를 하면서 사용상 주의사항에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효과에 대한 추가 자료를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늦어도 4월 말까지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임상 중간결과가 보건당국에 제출될 예정이다. 3상 임상에는 고령자 7500여명이 포함돼 있다. 그 전에 영국 등에서 고령층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효과 평가 자료가 나올 수도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예방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접종률이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능 논란은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려 접종률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좀 더 명확한 근거 기반의 정책 결정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추진단은 일단 미뤄진 요양병원·시설 만 65세 이상 입원·입소자 백신 접종은 2분기에 진행할 방침이다. 계획상 2분기에는 일반 만 65세 이상 고령층과 노인재가복지시설 이용자·종사자, 일반 의료기관 종사자 등에 대한 접종이 예정돼 있다.
인천공항 입국자 검사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15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방역 관계자로부터 진단검사와 생활수칙 등에 관한 안내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서상배 선임기자
◆고령층 희생 우려… 접종 일정도 불안

전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요양시설·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접종 연기 결정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접종의 최우선 목표인 ‘사망률 감소’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1527명 중 60세 이상이 1458명으로 95.5%를 차지한다. 또 전체 사망자의 52.7%가 시설이나 병원에서 숨졌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인명피해가 커진다.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예방백신. 연합뉴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요양병원 입소자가 감염되고 그 안에서 유행이 확산돼 피해가 발생하면 빠르게 접종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추궁이 있을 수 있다”며 “접종을 하면 입원·입소 어르신 가족들도 걱정을 덜고, 면회도 일부 가능해질 수 있는데 당분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종사자를 통해 요양병원·시설로 감염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단 종사자 접종으로 유입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입원·입소자 접종이 끝날 때까지 방역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계획한 백신 접종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의문도 제기된다.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3상이 늦어지거나,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면 접종을 또 미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백신 접종 인력과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한번 늦춰진 접종 일정이 제대로 이행될지도 미지수다.

백신 공급도 변수다. 현재 우리 정부가 도입 일정을 확보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뿐이다.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백신의 공급 물량과 일정은 불확실하다. 추진단은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 도입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 교수는 “추가 도입되는 백신과 관련해 기저질환자 효과성, 아시안 효과성 등 다른 논란이 제기되면 계획을 또 변경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진행된 연구 결과가 3월 말 나온다고 해도 국내에서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은 4월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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