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해경 지휘부 무죄 왜?..'상황 영향' 크게 판단한 법원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2021. 2. 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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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일에 통신 등 상황 제약 있었다고 봐
1심 무죄 판단에 항소 의지 밝힌 특수단
세월호 유족 단체도 반발.. "용납 못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세월호 참사 당시 부실한 초동조치로 승객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5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해경 관계자 9명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4번의 공판준비기일과 6번의 정식 공판기일 진행 끝에 나온 결과다.

◇해경 지휘부가 재판에 넘겨진 이유는?···“퇴선 등 지휘 조치 안 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김 전 청장 등은 지난해 2월 기소됐다. 이들을 기소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참사 당시 구조본부장이거나 구조본부 구성원이었던 이들이 구조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상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특수단은 이들의 의무가 구조세력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봤다.

구조세력 도착 전에는 세월호와 교신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파악해 알리고 구조 계획을 세우는 게 이들이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구조세력이 현장에 온 후에는 구조 가능성이 희박해질 때까지 이들이 세월호와 교신하거나 구조함정·헬기를 지휘해 승객들을 갑판이나 해상으로 나가게 했어야 한다고 봤다.

◇해경 지휘부 ‘무죄’ 왜?···“업무상 과실 인정하기에 부족”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앞에서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한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구조세력의 현장 도착 전·후 과정 모두에서 김 전 청장 등 10명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통신 등 여러 상황상 이들의 부실한 초동조치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재판부는 이날 해경의 조치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해당 조치가 당시 해경으로서는 불가피한 행동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구조세력이 현장에 오기 전 상황을 두고 재판부는 “사고 당시 각급 구조본부가 세월호와 안정적으로 교신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였다”며 “진도 VTS는 사고 당시 오전 9시 7분경부터 세월호 선장과 교신하며 퇴선 결정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교신 내용 등에 비춰보면 이를 보고받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로서는 어느 정도 퇴선 준비가 이뤄진 상태라고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직접 또는 진도 VTS 등을 통해 세월호와 교신했더라도 즉시 퇴선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침몰이 임박했거나 선장을 대신해 퇴선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결정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 전 처장 등이 가능한 수단을 이용해 세월호와의 교신을 시도하는 데 최선을 다했으며, 그럼에도 당시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구조가 원만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사상자 발생이 상황의 제약 때문이지, 김 전 처장 등의 과실로 인한 게 아니라고 본 것이다.

◇구조세력 도착 전·후 모두에서 ‘상황 영향’ 컸다고 본 법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세월호 유가족 등이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구조세력이 도착한 후 상황에 대해서도 “세월호 선장·선원들은 자신들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퇴선했다”며 “교신 내용 등에 비춰 피고인들로서는 선장·선원들이 구조 의무를 방기하고 탈출하거나 승객들이 선내에 잔류하고 있는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또 “사고 당시 현장 구조세력들은 영상 송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서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구조헬기·함정의 보고 내용에 비춰 피고인들이 침몰 상황의 급박성을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역시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과실보다는 사고 당시 통신 환경상 한계의 영향을 더 크게 인정한 대목이다.

이에 더해 재판부는 구조헬기에 방송 장비가 없었다는 점, 세월호 선체로 내려간 항공구조사와 교신할 수단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구조에 난항이 있었을 것을 가정하기도 했다.

◇유죄 판단받은 두 사람···“해경에 대한 국민 불신 유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앞에서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한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청장 등 10명과 달리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 전 서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 전 함장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두 사람은 사고 발생 초기 퇴선 유도 조치를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실제로는 한 것처럼 내부 문건을 수정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에 대해 재판부는 “해경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김 전 서장에 대해서는 “다만 피고인이 30년 가까이 성실하게 해경으로 근무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함장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직속상관인 김 전 서장의 지시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20년간 성실하게 해경으로 근무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해경 지휘부 무죄에 터지는 반발···檢 “항소할 것”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앞에서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선고가 열린 법정에서는 김 전 청장에 대한 재판부의 무죄 판단을 두고 반발이 이어졌다. 일부 방청객은 재판부를 향해 “말이 되냐” “제대로 판결한 것이 맞냐” 등 원성을 내기도 했다. 선고 말미에 재판부는 “재판부 판단에 여러 평가가 있을 것이 당연하고 그에 대해서는 판단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특수단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 측 역시 이번 선고 결과에 반발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관계자는 “피고인을 대변하는 듯한 재판 결과는 가족들뿐 아니라 국민들도 용납할 수 없다”며 “가족협의회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가족 측은 지난달 19일 발표된 특수단의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이날 일괄적으로 항고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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