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문 닫아도 여기서 2차"..영업제한에도 숙박업소 '북적북적'
‘포차 대신 여기 어때?’
14일 오후 9시경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숙박업소 입구.
묘한 문구가 쓰인 입간판이 놓인 업소 주변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으로 문을 닫은 주점 등에서 빠져나온 젊은이들이 상당히 붐볐다. 그런데 이들 대다수는 술과 안주거리가 가득한 봉지들이 양손에 들려있었다. 모두들 인근 숙박업소로 향하는 발걸음으로, 몇몇은 다섯 명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역시 커다란 봉지를 든 김모 씨도 “일행 3명과 함께 모텔로 ‘2차’ 하러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한잔하다보면 9시쯤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잖아요. 근데 요새 편의점 같은 데서 술을 사서 가면 장소를 제공해주는 숙박업소가 엄청 많아요. 앞으로도 술집이 문을 닫으면 계속 이용할 생각이에요.”
●2차 술자리로 숙박업소 북적북적
최근 주점이나 음식점의 영업제한에 걸려 더 이상 술을 마실 공간이 없는 시민들이 숙박업소를 이용해 음주를 이어가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다. 원칙적으로 5명 이하 모임 금지만 지키면 방역수칙 위반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취지에는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학생 김모 씨(27)도 최근 숙박업소 2차를 경험해봤다. 김 씨는 “술집이 9시에 셔터를 내리니까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다들 그렇게 한다’며 모텔로 향했다”며 “간만에 친구들이랑 새벽 3시까지 술자리를 즐겼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 씨(27)는 “워낙 술자리용으로 숙박업소를 찾는 이들이 많다보니 다인실은 예약도 힘들 지경”이라며 “2인 전용실에 4명이 들어가겠다며 업소 측과 실랑이를 벌이는 이들도 최근에 봤다”고 전했다.
숙박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던 입장에서 고객이 찾아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객실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은 숙박이 불가하다”는 지침은 그대로라 이를 어겼다간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물론 일부 업소들은 이런 고객들을 상대로 이런 편법 영업을 벌이기도 한다.
종로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송모 씨(30)는 “방역지침 상 2인 이상 숙박 손님은 아예 받지 않으려고 한다”며 “하지만 4명이 방 2개 잡고 한 방에 모여 술을 마시는 건 솔직히 막을 수가 없다”고 난감해했다. 또 다른 숙박업소 측도 “2명이 먼저 들어온 뒤 몰래 한두 명씩 더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반면 정모 씨(35)는 “한 업소는 ‘방만 2개 잡으면 상관없다’며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러다보니 숙박업소 밀집 거리에 있는 편의점과 음식배달업체 등도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한 편의점 직원 정모 씨(24)는 “주점 영업제한이 시작된 뒤 오후 9시부터 손님들이 술을 바구니 째 들고 줄을 설 정도”라고 했다. 배달업체 직원 양모 씨(21)는 “9시 영업제한 조치 이후 모텔로 배달하는 건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영업 1시간 늘린다고 무슨 소용”
15일부터는 영업제한이 1시간 완화되며 주점 등은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 업소들은 “효과가 미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15일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흥업종의 현실을 반영한 영업시간 지침을 마련하라”며 주장했다. 최원봉 사무국장은 “통상 8시경 문을 여는 유흥업소에게 10시 영업제한은 간판 불 켜지자마자 문 닫으라는 뜻”이라며 “그간의 손실을 보상하지 않으려고 명목상 영업을 허용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음식점이나 주점 업주들도 숙박업소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구로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58·여)는 “본격적으로 매상을 올리는 시간대를 고려하면 그저 구색만 갖춘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명확한 근거 없이 시간만 제한하면 이를 납득 못하고 숙박업소 같은 틈새를 찾는 이들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방역당국이 제시하는 ‘한 칸 띄어 앉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하에 면적당 인원제한 등 유연성 있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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