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제 법제화에 기재부 "수용 곤란"..당정 갈등 커지나
"법 취지와 손실입증 어려움 등 감안해 신중해야" 의견
소상공인법 개정, 특별법 제정 등 다른 논의 영향 주목
보편·선별 지원 갈등 이어 손실보상제 놓고 재연 양상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상생연대 3법' 중 하나로 추진 중인 손실보상제 법제화와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15일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냈다.
최근 민주당의 4차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병행 지원을 놓고 기재부가 공개 반발하면서 불거졌던 당정 갈등이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기재부는 오는 17일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 예정인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32건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여야 복지위원들에게 보냈다.
현재 복지위에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손실보상 범위에 영업금지나 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자영업자 등에게 발생한 손실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11건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검토 의견을 '수용곤란'이라고 명시하며 겸염병예방법 개정을 통한 손실보상제 도입에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냈다.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현행) 감염병예방법상 '집합제한·금지'나 개정안의 '영업정지·제한’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 가해지는 일반적·사회적 제약"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법 취지 및 목적과 손실 범위·항목의 불특정성, 손실입증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손실)보상 대상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감염병예방법 관계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도 '신중검토' 의견을 명시하며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복지부는 검토보고서에서 "감염병예방법에 손실보상에 대한 직접적 규정을 두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법의 목적과 적용범위에 비춰 소상공인·중소기업자 등에 대한 보호 및 안정 지원을 위해서는 '소상공인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냈다.
질병청은 "감염병예방법상 손실보상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 조치에 따른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며 "방역조치 중 예방조치의 경우 폐기된 음식물이나 물건의 평가액, 소독조치에 드는 비용 등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손실에 대해서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손실보상제는 코로나19 영업제한 조치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 보상을 위한 제도다.
지난달 2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지시하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손실보상제·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 등을 상생연대 3법으로 통칭해 입법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법제화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거리두기로 영업이 금지 또는 제한된 업종이 많다.
그런 업종의 손실은 방역 협조의 비용이다. 그것을 일정한 범위 안에서 보상하자는 것"이라며 "국회에는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조속한 심의와 처리를 여야 의원님들께 부탁드린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서 손실보상제 도입 방식은 감염병예방법 개정, 소상공인법 개정, 특별법 제정 등 세 갈래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기재부가 수용 곤란 입장을 낸 것은 감염병예방법 개정 방식에 한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여당이 손실보상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인 만큼 당정 갈등설은 재차 불거질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맞춤형과 전국민 지원을 포괄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당정이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이 맞춤형 지원을 우선한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하면서 불협화음이 해소되는 국면을 맞는 듯 했지만 손실보상제를 고리로 다시 민주당과 재정당국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정례브리핑에서 손실보상제 입법화 문제에 대해 "해외 같은 경우 1차적으로 살펴본바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로부터 "개혁 저항"이라는 질타를 받자 다음날 "손실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상세히 검토를 해서 국회 논의 과정에 임할 것"이라며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검토보고서를 통해 논란이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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