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백 선생님처럼 이제 누가 이런 힘든 일에 나서주실까.."

정치계·시민사회계 조문 행렬 이어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오른쪽)이 2019년 1월2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의 빈소 접객실에서 열린 사회원로 중진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백기완 선생님이 용균이 사고 난 뒤 걸음걸이도 힘드신 몸으로 오셔서 용균이한테 절을 하는 걸 보고 너무 감격하고 속상하고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힘든 몸으로도 추모제를 찾아주셨을 때도 너무 고맙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15일 오후 5시께 백기완 선생(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빈소를 찾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김 이사장은 “백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셔야 그런 분의 말씀대로 손을 잡고 가면 되는데 갑작스레 운명을 하셔서 많이 안타깝다”며 “이제 누가 이런 힘든 일에 나서주실까, 이런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선생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엔 각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공식 조문이 시작되면서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정계 인사 중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가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친 박 후보는 “백기완 선생님은 재벌개혁 문제, 검찰개혁 문제 등 힘들 때마다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셨고 광장에서 힘을 합쳐야 할 때도 다독여주신 분이다”며 “늘 건강이 염려됐는데 너무 빨리 가셔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공정, 불평등 문제제기를 해야겠다 마음 먹을 때마다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해주신 큰 어른이었다. 영면하시고 편안히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빈소를 찾은 김원웅 광복회장도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가장 든든하게 생각했던 어르신이다”며 “광복회가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다짐을 하고 인사를 드렸다”고 밝혔다.

장혜영, 류호정 등 정의당 의원들도 이날 단체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민생이 어려울 때 진보진영의 큰 별이 져서 너무 안타깝다”며 “정의당이 선생님의 큰 뜻을 이어받아 더 낮은 자세로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단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빈소를 찾은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은 “민주주의를 위해 한평생 바치신 큰 어른이 세상을 떠났다. 고인께서 평생 꿈꾸신 노나메기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빈다”고 말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빈소를 찾았다. 이 상임고문은 “1964년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할 때 처음 만났다”며 “(백 선생님이 돌아가셔서)민주화 운동 1세대다 다 돌아가셨다. 후세대가 그 뜻을 계승해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10분께 빈소를 찾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우리나라가 여러 어려움 속에 있는데 백기완 선생의 정신으로 새롭게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장례위원회는 2m 거리 유지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조문을 받고 있다. 빈소를 찾은 시민들은 선생의 영상 앞에서 오열하거나 조문을 기다리는 동안 백 소장이 작사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기도 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공지영 작가 등 문화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백 소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오일장으로 발인은 19일 아침 8시에 진행된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