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되느니.." 현대 이어 닛산도 '애플카' 협상 중단
협상 논의 경영진까지 가지도 못해
세계 완성차 제조사들 파트너 지목
BMW·르노, 파트너 후보로 떠올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애플과 닛산이 애플카로 알려진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위해 협상에 나섰으나 지금은 협상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양사의 협상이 고위 경영진 수준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멈췄다고 FT는 전했다.
닛산의 우치다 마코토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9일 실적발표회에서 애플과 협력 관련 질문에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추구해야 한다"며 "지식과 경험이 많은 기업과 협력할 것이다"고 답했다. 닛산은 현재 '리프'같은 전기차 브랜드를 생산하는 만큼 애플이 추구하는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할 역량이 있다.
그러나 애플은 닛산에게 애플 상표를 부착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애플은 앞서 현대차그룹과 협상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애플이 현대차그룹과 협상 당시 애플카에 들어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통제하면서도 북미에서 생산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애플카는 만약 미국 기아차 공장에서 만들어지더라도 기아의 모델이 아닌 애플 브랜드로 제작된다. FT는 이를 두고 완성차 업계에서 애플과 협력했다가 "자동차 업계의 폭스콘으로 전락한다"는 공포가 퍼졌다고 지적했다. 공장이 없는 애플은 대만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에 아이폰 등 주력 상품 생산을 맡기고 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지난 8일 공시에서 애플과 협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쉬와니 굽타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FT와 인터뷰에서 애플과 대화가 멈췄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닛산은 자동차를 통해 닛산만의 소비자 만족을 추구하며 우리가 차를 만다는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협력사의 서비스를 닛산 제품에 적용할 수 있지만, 거꾸로 닛산 제품을 협력사에 맞추는 방식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IT와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과 닛산 외에도 수많은 완성차 제조사들을 애플의 잠재적인 파트너로 지목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데미안 플라워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8일 CNN을 통해 세계 2위의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 정도의 대형 브랜드는 애플과 협력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스바겐 같은 기업은 자체적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개발하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FT는 세계 1위 브랜드인 도요타 역시 자체적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애플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BMW의 경우 기업 규모에 비해 비교적 개방적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메츨러 은행의 위르겐 파이퍼 애널리스트는 BMW 입장에서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진입한다면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추정했다.
르노 역시 잠재적인 협력 파트너다. JP모간은 "르노가 유럽 공장에서만 수백만대를 제조할 생산 능력이 있다"면서 "르노는 애플이 협력 사업에서 공급망 선택 과정에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하도록 허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나인투파이브맥은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업체 마그나 슈타이어를 지목했다. 마그나는 이미 다임러나 재규어 등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일부 차종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매체는 애플이 마그나와 손잡으면 폭스콘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인투파이브맥은 혼다와 신생 스텔란티스 역시 애플카 제작에 뛰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 인사이더는 9일 미 투자은행 웨드부시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전기차 시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친환경 차에 대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애플이 완성차 파트너 선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관측했다. 은행은 애플은 향후 3~6개월 이내에 완성차 파트너 계약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85%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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