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밝다" "1년 내 퇴사율 75%".. 주식 부여에 쿠팡맨들 설왕설래

양다훈 2021. 2. 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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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전경. 뉴스1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계 1위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쿠팡맨’ 등 직원들에게 총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나눠주겠다고 밝힌 가운데 쿠팡맨들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정규직 뿐 아니라 계약직도 1인당 약 2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받게 됐지만, 쿠팡맨 등 일부 직군의 경우 퇴사율이 높아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직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한승 쿠팡 경영관리총괄 대표는 15일 오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직원들은) 일회성 주식 부여 프로그램을 통해 (1인당) 약 2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올해 3월 5일 기준 쿠팡과 자회사에 재직 중인 쿠팡 배송직원(쿠팡친구)과 물류센터 상시직 직원, 레벨 1∼3의 정규직과 계약직 직원이다. 그동안 주식을 부여받은 적이 있는 직원은 제외된다.

이들에게 나눠 주는 주식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다. 주식을 받은 날로부터 1년을 근무하면 50%를, 2년 근무하면 나머지 50%를 받는 방식이다.

쿠팡 전 직원 5만명 중 배송인력은 쿠팡이츠, 쿠팡플렉스, 쿠팡맨(쿠친) 모두 합쳐 1만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쿠팡맨은 택배물을 주로 배송하며 쿠팡이츠는 음식물, 쿠팡플렉스는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한다.

한 쿠팡맨은 “개인적으로 쿠팡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며 “쿠팡이 복지 차원에서 주식을 조금 나눠준다면 발행 한도까지 풀(모두)로 채워서 내 모든 것을 걸고 사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쿠팡은 삼성, 현대, LG에 이어 직원수가 4위에 이르렀다”면서 “매년 적자가 나도 회사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고, 망하려고 하면 정부에서 살려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팡은 2010년 창사 이래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쿠팡은 매년 수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다른 쿠팡맨은 “수도권 쿠팡맨의 경우 1년 이내 퇴사율이 75%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혜택을 받는 쿠팡맨이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조에서는 쿠팡맨들에게 주식을 주는 게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더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단체인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은 “쿠팡이 쿠팡이츠(음식 배달서비스) 배달 수수료를 2500원으로 내리고 상점주 분들에는 수수료를 올리는 상황인데 김범석 의장은 연봉을 150억 정도 올리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쿠팡이라는 기업이 가진 철학이 어떤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 팀장은 “이런 상황에서 주식을 준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쿠팡에 대해서 제기되고 있는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제기되는 문제에 진지한 대책을 마련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돈으로 무마시키려는 인상을 준다”라고 일갈했다.

쿠팡은 최근 쿠팡이츠 배달 수수료 문제를 두고 라이더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쿠팡이츠는 지난달 25일 “오는 3월 2일부터 기본 배달수수료를 3100원에 500원 인하한 2500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쿠팡 노조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가 삭감한 단가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며 반발했다.

잇따른 노동자 과로사 등 노동환경 문제도 풀어야 할 현안이다. 지난해 10월 12일 고(故)장덕준 씨는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밤새워 일하다가 자신의 집 욕조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지만, 쿠팡 측은 법정 근로시간을 지켰다고 맞섰다. 결국 유족은 산업재해신청을 냈고 지난 9일 근로복지공단은 산재가 맞다고 판단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6명의 노동자 가운데 처음으로 산재가 인정된 사례다. 그제야 쿠팡은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존중하며 유가족 지원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쿠팡은 16일 오전 9시30분부터 주식 부여와 관련한 상담 전용 콜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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