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김일성 만세" 외친 아빠, 재심 무죄 끌어낸 42년 전 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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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전 술에 취해 "김일성 만세"를 외쳤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이 어린 딸의 편지 덕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딸의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지 16년 만의 판결이다.
중학교 교사였던 이씨는 1979년 8월 마을 주민들 앞에서 "나는 김일성하고도 친하다"며 "김일성 만세"를 외치며 반국가단체 구성원을 찬양한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형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아 직업까지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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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탄원서 근거로 "불법구금"..민변 "피해자 중심 인권침해 규명"
40여년 전 술에 취해 “김일성 만세”를 외쳤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이 어린 딸의 편지 덕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딸의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지 16년 만의 판결이다.
대구지법 경주지원 문성호 부장판사는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 이아무개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중학교 교사였던 이씨는 1979년 8월 마을 주민들 앞에서 “나는 김일성하고도 친하다”며 “김일성 만세”를 외치며 반국가단체 구성원을 찬양한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형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아 직업까지 잃었다. 생전에 아내에게 ‘수사 과정에서 전기고문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자백했다’고 호소했던 이씨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 2005년 세상을 떠났다.
이씨가 숨지고 15년이 지나서야 재심이 열렸지만, 불법수사나 고문 사실을 밝힐 증거가 부족해 무죄 입증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의 딸과 아내가 수사기관에 보낸 탄원서 내용을 근거로 경찰의 불법구금 정황을 인정했다. 당시 열살이었던 이씨의 딸은 이씨가 검거되고 3주가 지났을 때 수사기관에 “검사 아저씨께”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20일이 넘도록 아빠 얼굴을 못 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내가 낸 탄원서에도 “(이씨가) 구속된 지 거의 한달이 다 되어간다”는 호소가 있었다.
문 부장판사는 이 점을 들어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씨의 자백 진술은 인정할 수 없다며 경찰·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의 아내는 법정에서 “경찰관이 북쪽 사람들하고 내통한 게 있는지 말하라면서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워 잡아 돌리고 발바닥에 전기고문을 했다는 이야기를 (이씨에게)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서도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이씨와의 관계 등에 비춰 허위로 보이지 않는다”며 고문의 증거로 받아들였다.
또한 법원은 당시 이씨가 “김일성 만세”라고 외친 점은 인정했지만 반공법 위반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 부장판사는 당시 이씨가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인근 주민과 시비가 붙게 된 점을 들어 “(이씨가)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고,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논평을 내어 “피해자 중심적 접근에 기반을 둬 피해자에게 이뤄진 인권침해를 적극적으로 규명하고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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