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자율방역 확대..위반땐 원스트라이크 아웃"
고강도 방역 피로감 커지자 개편
시설보다는 행위 중심으로 제한
'단계' 상·하향 기준도 손질할듯
정부가 현행 5단계로 나뉜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에 나선 것은 1년 넘게 지속돼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방역망과 의료진의 역량도 성장한 데다 백신과 치료제 도입으로 통제 여력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3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12월 8일부터 두 달여간 2.5단계의 강도 높은 거리 두기 지침을 적용하다 보니 피로감이 쌓여 자영업자 등의 불만이 극도로 커진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백신 접종 및 치료제 도입 상황을 고려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지속 가능한 거리 두기’ 체제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오는 3월 거리 두기 개편 배경에 대해 “두 달 넘게 계속된 방역 강화 조치로 국민들의 피로가 누적됐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확대해 생업의 길을 넓히는 대신 책임성을 더욱 높이자는 것”이라며 “대신 방역 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등 강화된 조치를 취해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현행 5단계의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를 개편하는 것을 포함해 방역 수칙 이행 주체인 국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올해 초 업무 보고를 통해 올해 총 3회의 거리 두기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첫 거리 두기 개편은 고위험군의 면역 형성 경과를 지켜보며 시설보다 행위를 중심으로 제한을 두고 면역 형성 집단이 확대될수록 방역을 생활 방역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백신 접종 속도에 맞춰 중위험군 면역이 형성된 후에는 거리 두기를 강제하기보다 권고와 참여 중심으로 바꾸고 고위험 활동에 대한 방역 수칙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 예상대로 11월에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거리 두기는 생활 방역을 일상화하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쪽으로 개선된다.
거리 두기 기준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신규 확진자 중심의 거리 두기 단계 기준이 애매하고 국민이 방향성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확진자 수보다 예측이 더 쉬운 감염재생산지수 등을 거리 두기 단계 변경의 기준으로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몇 명의 확진자를 만들어내는지와 관련한 수치다. 1.0 이상이면 확산세가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두 번의 공청회를 통해 집합 금지 등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강력한 조치는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은 단계별로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다중 이용 시설 집합 금지 대신 유행 확산 위험이 높아 대응이 필요한 2단계부터 자정, 오후 9시 등으로 영업시간만 제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특히 생활 방역 수준에서는 20명 미만으로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단계별로 10인·5인·3인 등으로 강화해나가는 방안을 제안했다. 결혼식 등 행사 인원도 생활 방역 수준에서는 500명이지만 1단계부터 100명·50명·10명 등으로 줄여가는 안을 내놓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하면 확진자가 다시 급증할 수 있어 세심한 방역 수칙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완화 시 가장 불리해지는 사람은 건강 취약자”라며 “규칙을 완화하면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원 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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