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퇴직연금 세금감면 늘리는데..한국은 7년째 발 묶여
美 6.5조弗규모 401K퇴직연금
근로자 납입액 1만9500弗 공제
한국은 7년째 공제한도 발묶여
美 15년前 '디폴트옵션' 도입
연금 방치땐 적극운용 유도
호주 퇴직연금 95%가 DC형
10년 年평균 수익률 8% 달해
◆ 연금 지각변동 ③ ◆
우선 가입자의 운용 재량이 없는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을 확정기여형(DC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DB형 비중은 60%가 넘는다. 가입자가 마음만 먹으면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로 운용할 수 있는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비중은 40%에 못 미친다.
많은 기업이 DB형 연금을 DC형으로 바꾼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이후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DC형 가입자 중 상당수가 연금계좌를 방치하고 있다. '연금을 스스로 운용한다'는 개념과 문화가 아직 국내에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국 DC형 퇴직연금인 401K는 근로자 납입액 중 1년에 1만9500달러까지 기본공제를 해준다"며 "우리나라는 7년째 개인연금과 합쳐 700만원 세액공제 혜택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미국 DC형 퇴직연금 9조2000억달러(잔액 기준) 중 70%인 6조5000억달러를 차지하는 401K는 회사가 매칭으로 불입해주는 금액을 제외하고 연간 1만9500달러까지 소득에서 빼준다. 그만큼 소득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소득공제 한도는 2014~2015년 1만7500달러, 2016~2017년 1만8000달러, 2018년 1만8500달러, 2019년 1만9000달러, 2020~2021년 1만9500달러로 꾸준히 상향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DC형과 IRP 계좌에 대한 가입자 추가 납입금과 개인연금저축 불입액을 합쳐 연간 700만원 세액공제 혜택이 전부다. 이것도 2015년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늘어난 후 7년째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연금 운용에 관심이 있는 적극적인 투자자들도 세액공제 한도까지만 납입하는 기류가 자리 잡고 있다.
세제 혜택을 늘려줘도 '연금은 안전하게 보관만 하는 게 최고'라는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이 연금을 방치할 경우 사전에 지정한 방식대로 사업자가 운용을 해주는 '디폴트 옵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연금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노동부는 2006년 연금보호법(PPA)을 통해 401K에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다. 1조달러 이상의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뱅가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자사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중 50%가 디폴트 옵션을 채택하고 있다. 이 비중은 2010년 27%에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연금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호주도 슈퍼애뉴에이션으로 불리는 퇴직연금에 2014년 디폴트 옵션인 마이슈퍼(MySuper)를 도입했다. 디폴트 옵션 항목 중에서는 생애주기에 따라 주식·채권 투자 비율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비중이 가장 크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과 호주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1~2%대인 국내와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 노동부·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최근 3년간(2016~2018년) 401K 수익률은 연 5.9%에 이른다. 2009~2018년 10년간 수익률도 연 8.3%나 된다. 호주도 2018년 6월 기준으로 1년 수익률이 7.1%에 이른다. 10년 수익률은 연 7.9%로 시장 금리 수준을 크게 앞지른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직연금을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거나 디폴트 옵션을 통해 간접 운용하면 일부는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증시에서 버팀목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401K를 보면 상당수가 미국 주식형 펀드에 투자된다. 펜션&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미국 퇴직연금 DC형 자산 중 43.1%가 미국 주식에 투자되고 있다. 대다수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일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말 기준 DC형 자산 규모가 7조5000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증시로 들어간 연금 자금만 3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 상황도 비슷하다. 호주는 퇴직연금 자산 중 95%가 DC형이고 이 중 22%(2018년 말 기준)가 펀드 형태로 호주 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 규모는 대략 2조7000억호주달러(약 2300조원)로 4000억호주달러(약 340조원)가 호주 기업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연금은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주식형 펀드나 ETF만 투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국민연금처럼 15% 정도 국내 비중을 두고 운용한다면 연금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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