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는 하지만"..거리두기 완화 첫날 엇갈리는 기대감

강수련 기자 2021. 2.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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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더 영업한들 소주 1병 더 파는 건데 준비할 게 더 있겠습니까."

서울 서초구에서 7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씨(45)는 15일부터 오후 10시까지 가게 문을 열 수 있지만 한숨이 줄지는 않았다.

4년째 서울 서초구에서 설렁탕집을 하는 백모씨(80)는 "전보다는 낫겠지만 9시 이후 손님이 새로 올 것 같지 않아 재료를 추가로 들이지 않았다"면서 "11시까지 영업이 가능하게 되면 아르바이트생도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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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카페 영업시간 연장에도 매출 상승 기대 없어
PC방·호프집은 알바생 들이고 요리 재료 추가 준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된 15일 오후 서울 신촌의 식당가가 한산하다. 2021.2.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1시간 더 영업한들 소주 1병 더 파는 건데 준비할 게 더 있겠습니까."

서울 서초구에서 7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씨(45)는 15일부터 오후 10시까지 가게 문을 열 수 있지만 한숨이 줄지는 않았다. 영업이 1시간 길어져봐야 앉아있던 손님들이 술 1병, 고기 1인분 더 시키는 데 그칠 거란 생각 때문이다.

영업 시간 제한이 완화해도 매출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는 만큼 재료도 지난 주와 비슷하게 준비했다.

매출이 80% 이상 떨어진 마당에 인건비는 큰 부담이다. 정씨는 "기존 직원은 근무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줄여놨다"며 "시간이 연장돼도 손님이 크게 늘 것 같지 않아 오후 9~10시에는 혼자 가게를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식당·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이 밤 10시로 늘어나고 PC방 등은 영업제한이 해제된 첫날 자영업자들은 안도는 하면서도 영업 준비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2주간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영화관, PC방, 오락실, 학원, 독서실, 대형마트 등 일반관리시설의 운영 제한이 해제되고 수도권의 식당·카페,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 중점관리시설은 영업시간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연장됐다.

수도권 식당·카페는 영업시간 연장에 안도하면서도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반응을 보였다.

4년째 서울 서초구에서 설렁탕집을 하는 백모씨(80)는 "전보다는 낫겠지만 9시 이후 손님이 새로 올 것 같지 않아 재료를 추가로 들이지 않았다"면서 "11시까지 영업이 가능하게 되면 아르바이트생도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대표도 "이미 온 손님이 머무는 시간은 늘어나겠지만 손님이 새로 올 것 같지는 않다"며 "기존 아르바이트생들이 조금 더 늦게 퇴근하기로 해 큰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영업시간 제한에 큰 타격을 받았던 호프집에는 활기가 돌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유현명씨(46)는 이날 아르바이트생을 다시 충원했다. 오래 두면 상할까봐 받지 않았던 각종 요리 재료도 다시 들이기 시작했다.

유씨는 "우리에게는 영업시간 1시간도 숨통이 트이는 조치"라면서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 우리 부부로는 손이 모자랄 것 같아 쉬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을 다시 불렀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된 지난해 9월14일 서울 시내의 한 PC방에서 시민들이 간격을 벌려 게임을 하고 있다. 2020.9.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진 PC방도 영업준비로 분주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60석 규모의 PC방을 운영하는 A씨(40대)는 설 연휴에 급히 야간영업을 준비했다고 했다. 영업제한이 해제돼서인지 A씨의 가게 좌석은 절반 이상 차 있었다.

A씨는 "영업제한을 받던 동안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이 다 그만둬 어제 야간 근무자 2명을 급히 뽑았다"며 "라면, 과자 등은 손님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고 주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A씨도 "PC방은 24시간 허용으로 숨통이 트였지만 상권 특성상 주변 식당이나 술집 영업제한이 함께 풀이지 않는 이상 야간 손님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자영업자들은 일률 제한 조치에 아쉬움을 표하며 실효성 있고 형평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씨는 "확진자가 늘어났을 때 영업 제한만 할 게 아니라 잘 지키지 않는 개인에게 범칙금과 벌금을 적극적으로 물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백씨는 "호프집은 2차, 3차로 찾는 장소이기 때문에 일반 식당이나 카페보다 더 많은 피해를 본다"며 "업종 특성을 고려해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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