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호주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 내기로.. 법 추진에 속도
[경향신문]
구글과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이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호주의 ‘뉴스 사용료 지불 법안’이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법 시행 시 호주에서 검색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던 구글은 호주의 한 미디어그룹과 콘텐츠 사용 계약을 맺었다.
조시 프라이덴버그 호주 재무장관은 15일 공영방송 ABC에 ‘뉴스 사용료 지불 법안’과 관련해 “(구글·페이스북과) 매우 중요한 합의에 근접했다. 큰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프라이덴버그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구글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와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말 세계에서 최초로 ‘뉴스 사용료 지불 법안’을 의회에 발의했다. 이 법안은 빅테크 기업이 언론사가 생산한 기사를 자사의 서비스에 활용하는 경우, 콘텐츠 사용료를 해당 언론사와 협상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사실상 무료로 사용해 왔던 뉴스 등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즉각 반발했다. 호주의 입법이 완료될 경우 하나의 선례가 돼,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법제가 마련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은 호주의 법안 발의 이후 빅테크 기업에 콘텐츠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2000여개 언론사가 소속된 단체 ‘뉴스미디어얼라이언스’가 법무부에 ‘구글이 뉴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구글 호주 법인의 멜 실바 대표는 지난달 호주 의회에 출석해 “이 법안은 검색엔진과 인터넷의 작동 원리에 배치되고, 구글의 사업에 지속 불가능한 선례를 만든다”며 “법안이 시행되면 구글은 호주에서 검색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호주의 온라인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하지만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와 얘기해봤는데, 꽤 자신 있어 한다”며 구글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Bing)’을 사용하면 된다고 맞받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개별 언론사와의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모양새다. 호주의 미디어그룹인 ‘세븐웨스트미디어’는 이날 구글의 뉴스 어플리케이션(앱)인 ‘뉴스 쇼케이스’에 기사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전 세계 450개 이상의 미디어 기업으로부터 뉴스 쇼케이스의 기사를 공급받고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이 경우 대가를 지불한 것이기에 법이 시행되도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구글과 세븐웨스트미디어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호주의 또 다른 미디어그룹인 나인엔터테인먼트는 익명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구글이 연간 3000만 호주 달러(한화 약 26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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