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곡물값..물가 인상 '자극'
[경향신문]
경기회복 기대감·이상기후 영향
국제 원자재 가격 연일 고공행진
연동제 시행, 전기료 상승 불가피
음식료 업계도 잇단 제품가격 인상
국제 유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곡물가격지수가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국제 원자재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 효과까지 맞물려 물가 상승 압력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가공식품업계는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연초부터 가격 인상 릴레이에 돌입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1% 오른 59.47달러에 마감했다. 1년 전보다는 16.2% 올랐고 코로나19 충격으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급락했던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6배로 급등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이어진 데다,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 상반기 원유 공급이 하루 평균 90만배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하반기에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5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렌트유는 지난 8일 이미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두바이유 역시 지난 9일 6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 3대 유종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대부분 회복하거나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와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식량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매월 산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13.3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곡물만 집계하는 곡물가격지수도 124.2를 기록하며 연평균 기준 2013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식량 가격이 들썩이면서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커졌다. 통상 국제 유가가 1% 상승하면 0.07%의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된 전기요금 인상부터 불가피하다.
유지류나 곡물가격 인상은 가공식품 가격을 자극한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일찌감치 식음료 값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달 말 ‘햇반’ 가격을 6~7% 정도 올릴 계획이다. 오뚜기도 ‘오뚜기밥’ 가격을 7~9% 정도 인상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8%가량 올린 지 5개월 만에 다시 인상하는 것이다. 동원F&B는 지난달 ‘쎈쿡’ 가격을 11% 올렸다. 풀무원은 두부, 콩나물 가격을 10%가량 올렸다. 샘표식품도 꽁치, 고등어 통조림 가격을 40%가량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달부터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등 14개 음료제품 가격을 평균 7% 올렸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15년 1월 이후 6년 만이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버거와 디저트를 포함한 25종의 상품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원자재 수급·가격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다른 식품·외식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호준·고영득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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