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 전원 무죄

정희영 2021. 2. 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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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균 前 청장 등 1심 무죄
법원 "선장이 교신 끊고 퇴선
해경에선 예측 어려웠을 것"
초동조치 조작·허위보고 혐의
김문홍 前목포해양경찰서장 유죄
특수단 "납득 어려워 항소할것"
유족 "특수단 부실수사가 자초"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사건 당시 구조활동에 실패해 승객들을 사망·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해양경찰청 간부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골든 타임' 이전에 해경 지휘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만으로는 1차적 퇴선 지휘권자인 선장이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장에서 지휘를 맡은 책임자가 해경 지휘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11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의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구조 인력이 도착하기 전 상황에 대해 "급격히 침몰이 진행될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당연히 대비했어야 한다. 초기 조치는 미흡함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고 당시 각급 구조본부와 세월호가 교신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진도VTS로, 진도VTS는 오전 9시 7분부터 퇴선 결정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항공 구조 인력 등에 내용을 전파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사건 초기 교신 내용에 비춰 보면 항공 구조 세력이 사고에 대해 기본적 정보를 확인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기술적 문제 등으로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전 9시 30분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진도VTS에서는 구조 세력이 도착하면 탈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보고했으며, 세월호와 교신이 되고 있다는 것은 해경 구조 세력이 알고 있었다"며 "9시 37분 이후, 세월호 선장과 선원이 교신을 끊고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도 중단하지 않은 채 먼저 선박을 탈출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9시 55분 무렵에라도 김문홍 전 서장의 지휘에 따라 탈출 명령을 방송했다면 5층이나 객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승객은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다"며 "현장 지휘자는 지시에 응하지 않고 방송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관련 사건에서 처벌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해경에서 평소 조난에 대비한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장비도 없었다. 해경 조직 전체 차원에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체계가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은 지휘부인 피고인들에게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를 구조 업무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의 근거로 보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김문홍 전 서장이 '목포서장 행동 사항 및 지시 사항' 문건에서 사고 발생 초기에 퇴선 유도 조치를 지휘했다고 수정하라고 한 혐의와 수정된 문건을 본청에 제출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판결을 마친 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피해자와 가족들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가족협의회 측은 판결에 대해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이번 판결을) 자초했다"며 "종합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찾는,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가 아니라 다 무혐의 처분하고 현장에서 일어난 일만을 놓고 따졌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재판부도 오늘 판결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세월호 특수단이 국군기무사·국가정보원의 유가족 사찰·수사 외압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세월호 특수단도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석균 전 청장은 "바다 안전을 책임지고 있던 사람으로서 이런 사고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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