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동일본대지진' 악몽 되풀이? 전문가 의견은 엇갈려

강민구 2021. 2. 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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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경 전문가들, 후쿠시마·동경 추가 피해 우려
원자력 전문가들 "원자로·오염수 이상 없어"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약 10년만에 일본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하며 원전 사고에 대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도 공포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지구환경 전문가들과 원자력 전문가들이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 지구·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후쿠시마현 앞바다뿐만 아니라 동경 앞바다 추가 지진에 따라 원전 사고를 비롯해 대규모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면 국내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은 10년전 동일본대지진 대비 미약한 수준의 지진으로 원자로나 오염수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는 후쿠시마현 앞바다를 포함해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이 발생하는 범위에 포함되는 지역이나 인근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흔들림이나 쓰나미에 따른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규모 9.0 동일본대지진과 비슷한 수준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원전 사고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지구환경 전문가들 “동경 앞바다 지진도 염두해야”

국내 지구환경 전문가들은 추가 지진과 쓰나미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단층면에서 이번 지진이 발생했으며, 추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해역뿐만 아니라 인구가 밀접한 동경 앞바다 해역에 추가 지진이 발생해 피해 발생 가능성도 점쳤다.

지난 동일본대지진 이후 지진 발생 빈도가 줄어들고 있지만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 발생한 지진이 여진으로 작용하며, 규모 7.0 이상의 지진은 언제든지 추가로 발생하고 인근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지진에 취약했던 곳인데다 후쿠시마 해역(태평양판과 일본열도가 충돌) 지진 발생으로 동경 앞바다(태평양판과 필리핀판과 충돌)에 영향을 줘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해당 지역에서 200년마다 한 번씩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왔는데 이미 그 시기를 지났고, 후쿠시마 해역 지진으로 막대한 지진에너지와 지진파가 유입돼 지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이 본진인지 전진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 큰 지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윤수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특임교수는 “일본은 ‘불의고리’라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으며, 태평양판과 일본 열도가 맞물리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까진 규모 7.3의 지진이 본진이지만 얼마든지 후속 지진을 통해 본진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두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원자력계 “오염수 저장 탱크, 원전 가동 이상 없다”

반면, 국내 원자력계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전의 비상전력공급망 문제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대비가 이뤄졌고, 이번 규모 7.3 규모 지진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 탱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지만 탱크가 파손되거나 지진으로 무너지지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아 보이며, 국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 5·6호기 건물의 수조에서 소량의 물이 넘친 부분도 비상 관리의 일환으로 대비가 돼 있다고 해석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는 마치 수영장과 같은 곳으로 지진이 발생하면 물 일부가 넘칠 수도 있는데 이를 다시 모아서 처리하도록 시스템이 돼 있다”며 “현재까지 저장수조를 비롯해 원전에 영향을 끼친 사항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모로 비교해도 지난 10여년전 대비 500분의 1 수준으로 피해가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지난 10여년전과 달리 비상전력공급망이 갖춰져 쓰나미나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와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진앙이 얕아 피해를 키웠던 당시와 비교해 진앙이 깊어 피해도 적을 것으로 예상하며, 오히려 원전 보다 일반 건물 피해를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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