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팝펀딩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가 펀드 투자자에게 투자 손실액의 30%를 물어주기로 했다.
팝펀딩은 정부가 한때 ‘금융 혁신’이라고 칭찬했던 금융회사다. 그러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 혐의가 드러나 지난해 폐업했다. (본지 2020년 2월 12일 자 ‘[단독]P2P 대출 사기 금융위도 몰랐다’ 기사 등 참고)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팝펀딩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한투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열고 투자자 보상안을 확정했다.
한투가 판매한 팝펀딩 사모펀드는 모두 396억원(지난해 6월 기준) 규모다. 이 중 96%(379억원)를 개인 일반 투자자에 팔았다.
이에 따르면 한투는 모든 팝펀딩 사모펀드 투자자에게 예상 손실액의 30%를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보상 대상은 자비스자산운용(자비스 5·6호)과 헤이스팅스자산운용(헤이스팅스 4·5·6·7호, 메자닌 1호)이 설정해 판매된 팝펀딩 관련 펀드다.
이 펀드들의 예상 손실액은 70~80% 내외로 파악됐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많게는 9000만원가량을 날렸다는 의미다. 손실액의 30%를 보상받으면 투자금 1억원 기준 2000만원 선을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투는 앞서 지난해 자비스 5·6호 투자자에게 예상 손실액의 20%를 선지급하겠다는 보상안을 제시했다. 당시 증권사와 합의해 보상금을 받은 투자자도 이번에 손실액의 10%를 추가 지급받을 수 있다.
한투는 자체 조사를 거쳐 펀드 판매 직원의 불완전 판매 등이 확인되면 투자자에게 추가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펀드 운용사인 자비스운용과 헤이스팅스운용도 추정 손실액의 3.75%, 5%를 증권사와 별도로 투자자에게 보상한다.
또 향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되는 투자자 배상 비율이 30%를 넘으면 덜 지급한 돈을 추가로 보상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금감원이 팝펀딩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의 내부 통제 책임을 이유로 원금 손실액의 50%를 배상하라고 결정하면 20%를 더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금감원이 확정한 배상 비율이 손실액의 30% 미만이어도 투자자들은 한투로부터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이번 보상금은 이날부터 한투와 보상에 합의한 투자자에게 지급된다.
팝펀딩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지난해 금감원에 신청한 분쟁 조정의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다른 사모펀드 투자자의 피해 민원이 밀려 있어 아직 조정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쟁 조정을 하려면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 조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현재 접수된 민원이 많다 보니 업무를 빨리 처리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했다.
팝펀딩은 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제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동산 담보 대출’ 투자 상품을 선보인 온라인대출 중개(P2P) 업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회사를 방문해 ‘금융 혁신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과 검찰 수사에서 허위 대출 상품을 앞세워 투자금 수백억 원을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발각돼 대표와 임원이 작년 7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회사도 폐업했다. 한투 등 6개 증권사가 판매한 팝펀딩 사모펀드의 투자금은 모두 1437억원에 이른다. 현재 대부분 환매(투자금 환급)가 중단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