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착취 시도 처벌해야"..'그루밍' 처벌 입법 제안

CBS노컷뉴스 박하얀 기자 2021. 2. 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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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 학생들·탁틴내일, '온라인 그루밍' 범죄행위로 규정
위장수사 통한 증거 수집 법제화·아동청소년 성범죄 전담기구 설치
그래픽=고경민 기자
'온라인 그루밍'을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위장수사를 통한 증거 수집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개정' 입법 제안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피해는 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의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15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로스쿨(한기정 원장) 임상법학 강좌인 '여성아동인권클리닉(소라미 담당교수)' 학생 5명과 아동·청소년 인권 보장 단체인 탁틴내일은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 입법 제안서를 이달 초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실에 제출했다.

'온라인 그루밍'은 온라인에서 성착취(성매매, 성폭력,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를 수월하게 할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친분·신뢰를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등 다양한 통제·조종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제안서를 제출한 이들은 "성적 의도를 가진 그루밍은 그 자체로 아동·청소년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범죄의 예비 또는 미수 단계로서 잠재적인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피해는 커지고 있지만, 현행법 제도상 온라인 그루밍 범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해외에는 아동·청소년에게 만남을 제안·유도하거나 성적 목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행위 등을 단독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입법 제안서에는 '성적 목적의 그루밍(길들이기)'이 범죄 행위로 규정돼 있다. 그루밍 범죄의 구성요건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신설 조항인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 2에 따르면, △아동·청소년과 성적인 의사소통을 하거나 시도하는 행위 △성적인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을 만나는 행위 또는 만나려고 이동하거나 제안하는 행위 △성적 목적으로 물건이나 금품, 숙소나 편의를 제공하거나 이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행위 등을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때 '성적인 의사소통'이란 행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의사소통의 방식이나 내용이 성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를 말한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아동·청소년에게 만남을 제안하거나 금품 및 편의 등을 제공하는 경우 성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위장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증거를 수집하도록 법제화하는 내용도 입법 제안서에 담겼다.

위장 수사는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고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관이 신분을 가장해 수사 대상자와 접촉하거나 특정 조직 등에 잠입해 범죄 정보 및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실무 현장에서 간간히 이뤄져 왔지만, 판례는 범죄자가 '범의'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위장수사의 위법 여부를 판단했다. 수사관이 개별 사안에 따라 위법성을 판단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고, 이는 위장수사에 소극적인 관행으로 이어졌다.

연합뉴스
학생들과 단체가 제안한 개정안 제25조의 2는 사법경찰관의 위장수사가 가능한 요건과 그 허용 범위 등을 담았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을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 체포 또는 증거 수집 등이 어려운 경우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수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사돼야 하며, 목적을 달성할 때 즉시 종료한다고도 덧붙였다.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문서, 도화 및 전자기록 등의 작성, 변경, 행사 △실존하는 아동·청소년과 무관하게 제작된 화상·영상을 제작하는 것 △신분을 위장해 범죄 현장 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들에게 접근하는 것 △위장된 신분으로 해당 범죄행위에 관여해 범죄행위의 증거 및 자료 등을 획득하는 것 등이 허용된다. 증거 수집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법경찰관의 위법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전담기구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한 신고 접수 및 조사, 삭제 명령부터 전문수사의 수행 및 지원, 전문 수사기법의 연구·개발, 피해자 지원 등을 총괄한다.

소라미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제추행이나 강간 등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특별법 등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성착취 결과 발생 전 단계에 아동을 유인하는 행위 등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은 없다"고 짚었다.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성적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을 그루밍하는 것을 범죄화할 필요성은 제기됐지만 법조문으로 담아내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학생들이 해외 법과 판례를 분석하고 한국 상황에 맞는 법안을 제안해 논의 진전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정춘숙 의원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후속 대책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아동·청소년 대상 그루밍 문제가 심각하다"며 "현재 국회 여가위에서 온라인 그루밍 대책으로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논의 중인데, 제안 내용을 여가위에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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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하얀 기자] thewhit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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