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금융당국, 은행 영업점 감축 제동에 업계 CIR 목표도 빨간불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당국이 영업점 폐쇄 사전영향평가를 강화함에 따라 은행권의 트렌드인 '비용 효율화'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게 됐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국이 강조하는 디지털 혁신엔 필연적으로 영업점 감축이 수반되는 만큼, 양립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연합회와 함께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개선 추진사항'을 발표했다.
◆ 영업점포, 이제 쉽게 못 줄인다…사전 영향평가에 외부 전문가 참여
해당 방안에 따르면 독립성과 객관성 강화를 위해 영업점 폐쇄 사전영향평가 과정에 은행의 소비자보호부서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게 된다. 외부 전문가는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은행과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를 대상으로 한다.
영향평가 결과 소비자의 불편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점포의 유지 또는 지점의 출장소 전환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점포 폐쇄일로부터 최소 3개월 이전부터 2회 이상 고객에게 통지해야 한다. 현재는 1개월 이전에만 통지하면 된다.
은행권은 이러한 내용의 '은행 점포페쇄 관련 공동 절차‘를 오는 3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 비용 효율화 전략에 제동…디지털 혁신·영업점 유지, 모순 지적도
최근 은행들의 점포 감축 속도는 가파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천281개였던 국내은행의 영업점포수는 2017년엔 7천101개, 2019년엔 6천709개로 줄었다. 지난해엔 전년 보다 303개 감소한 6천406개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증가한 게 큰 영향을 끼쳤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추세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영업점 감축이 계속되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이 심화될 우려가 있는데, 금융 인프라가 비교적 부족한 소도시의 경우 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지 않은 점포를 계속해서 유지할 이유는 없다"라며 "사전영향평가는 이전부터 실시해왔는데, 이번 조치로 과정 하나가 추가됐으니 점포를 줄이기가 더 어려워진 건 맞다"라고 밝혔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무작정 점포를 줄이는 건 아니다. 은행들이 사전영향평가 시 중요하게 보는 항목 중 하나가 '인근에 영업점이 얼마나 있는지'다. 수익성은 좋지 않아도, 해당 지역에 영업점포 수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다면 감축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한 마디로 줄일 만한 점포를 줄인다는 얘기다.
당국의 조치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 혁신을 진행하다보면 비대면 채널의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혁신과 영업점 유지가 양립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간 금융위원회는 업계에 디지털 혁신을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인센티브 등 당국이 은행에 영업점을 유지할 유인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국 입장에선 디지털 혁신과 금융 소비자 보호 두 가지를 주문할 수 있겠지만, 은행 입장에선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라며 "당국이 영업점을 유지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적이 드문 오지 같은 경우 고령층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은행들이 돌아가면서 영업점을 차리고 나머지 은행은 해당 영업점에 자동입출금기를 설치하는 식의 자체적인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국의 영업점 감축 제동으로 금융지주들의 총영업이익경비율(CIR) 줄이기 전략도 흔들리게 됐다. 영업점을 감축하면 임대료 지출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CIR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CIR이란 금융회사의 인건비, 임대료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를 영업이익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CIR은 수익성 만큼이나 금융지주사들에게 중요한 지표다. 은행지주회사들은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률이 높은데,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줄어든 이자이익을 비용 효율화로 상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모습이다. 비용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CIR이다. 지난 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CIR은 45.2~55%로 2017년 말 49.9~55.2% 대비 소폭 하락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클 때는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우선"이라며 CIR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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