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수만마리가 산으로.. 대구 망월지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대구 수성구 욱수동. 이곳에는 농업용 저수지인 망월지(1만8904㎡)가 있다. 망월지에는 해마다 수 만 마리의 새끼두꺼비가 인근 산으로 올라가는 장관이 펼쳐진다.

15일 오전 욱수산에서 내려온 성체 두꺼비가 산란을 위해 망월지로 가는 모습. /수성구

15일 새벽 망월지에 두꺼비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새끼 두꺼비가 아니라 성체 두꺼비다.

올해 첫 이동이다. 지난 14일부터 비가 내리면서 인근 욱수산에서 망월지로 산란을 하기 위해 내려오는 것이다,

아직은 몇 마리에 불과하지만 조금 있으면 세를 불려 1600여 마리까지로 늘어난다. 매년 2월이면 산란을 위해 망월지로 이동하는 성체 두꺼비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성체 두꺼비는 암컷 1마리 당 1만여 개의 알을 2줄씩 15m 이상으로 낳은뒤 떠내려가지 않게 나뭇가지 등에 감아놓고는 다시 산으로 돌아간다.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들은 물 속에서 60~70일을 보내며 새끼 두꺼비로 성장한다. 이렇게 해서 자란 새끼 두꺼비들은 5월쯤 다시 욱수산으로 떼를 지어 이동하는 장관을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매년 이 과정이 되풀이 된다.

전국 최대의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의 이 같은 장관은 앞으로도 더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두꺼비 보존을 위해 관할 수성구가 생태공원을 조성한다고 나서면서 소송이 잇따르고 있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망월지의 일부를 밭으로 용도변경해야 한다면서 망월지의 소유주들이 소송을 내고 있는 것이다.

소송의 발단은 지난 2007년 처음으로 두꺼비들의 대이동이 목격되면서 시작됐다. 환경운동단체들이 나서 수성구청에 하루빨리 생태공원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망월지는 국유지가 20%이며 나머지는 사유지다. 그렇지만 망월지는 농지개량시설로 등록된 농업시설이어서 본래의 용도 외의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자 일부 땅 주인들이 망월지의 개발을 원하면서 지목변경을 서둘렀다. 두꺼비들을 보전하는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면 지목변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망월지의 일부를 소유한 땅 주인이 지목변경을 요청하는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또 다른 소유주는 수성구청을 상대로 ‘농지개량시설등록부’ 무효확인소를 냈다. 소유주가 소유하고 있는 망월지의 일부가 저수지보다 높이 위치해 있어 저수지와는 별개의 토지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낸 것.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다. 이에 따라 망월지가 농업개량시설에서 농업용지로 풀려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망월지의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 중인 수성구청은 이번 판결과는 상관없이 망월지 일대의 생태공원 조성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성구청은 “소송 대상인 망월지의 일부 땅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해 생태공원을 조성하더라도 대세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생태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망월지 일대의 생태공원 조성이 탄력을 얻는다면 큰 변수가 새로 등장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두꺼비의 대이동’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용균 수성구 녹색환경과장은 “성체 두꺼비들이 알을 낳은 후 새끼 두꺼비들이 안전하게 돌아갈 때까지 망월지 주변의 수초를 정리하고 수질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주기적으로 방지펜스를 확인하는 등 두꺼비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