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어디다 맡기라고..예적금 특판 사라졌다

김인경 2021. 2. 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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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대 시중은행 특판 전무..이달 출시계획도 없어
"특판해봤자 연 1~2%..세뱃돈도 우량주 투자로 바뀌어"
예대율 완화에 가계대출 증가도 5%로 묶여.. 은행 "특판 필요성 無"
저축은행만 특판 상품 내놓지만.."3월 오픈뱅킹용"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세뱃돈을 맡길 은행 특판이 사라지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은행권이 연초와 설 명절 특수를 위해 금리가 높은 특판 예적금 이벤트를 출시했지만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저금리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은행들의 예대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굳이 예적금을 통해 수신을 확대할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제공]
“특판 낸다 해도 연 1~2%…주식으로 향하는 돈”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은 이달 중 예적금 특판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미 이들 은행은 올 들어 특판상품 출시를 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3년 전만 해도 은행권은 설 명절 세뱃돈을 노려 이자가 높은 상품을 출시하거나 만 18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금리 혜택 상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잠잠한 모습이다.

은행권은 저금리를 가장 큰 이유로 든다. 지난해 5월 이후 기준금리가 0.5%까지 내려간 후, 9개월째 제로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에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지난해 5월 1.07%에서 현재 0.8~0.9%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특판을 낸다 해도 금융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예적금 금리를 만들기 힘들다는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특판이 나온다 해도 제1금융권에서 할 수 있는 선은 연 1~2% 금리 수준”이라며 “특판을 낸다고 해도 소비자들을 유인하기는 어려운 숫자”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높은 금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을 향하고 있다. 원금 손실에 대한 불안 때문에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지난해 주식시장의 강세 이후 증시로 뛰어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자식 세뱃돈 명목으로 예금을 들던 분위기는 이제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요즘엔 자식 명의의 주식을 사는 분위기”라면서 “아이 이름으로 국내 대형주나 미국 주식을 사 묻어두겠다고 하는 이들은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예대율 완화도 은행이 예·적금을 강화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예대율이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예적금 등 잔액 견준 은행권의 대출금 잔액이다. 예대율은 기본적으로 100%를 맞춰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올해 6월까지 105% 수준까지 용인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 예대율(잠정치 기준)은 98.1%로 금융당국의 한시적 규제 완화로 아직 여유가 있다는 평가다

유동성도 급증했다. 최근 1년 사이 핵심예금(수시입출금 등 조달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130조원 이상 늘었다. 언제든 주식시장 등으로 유입될 수 있는 수시입출금 등이 증가한 만큼, 은행으로선 굳이 이자를 많이 줘야 하는 특판으로 예수금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 에대율[출처:각사]
시중은행 특판 없어도…저축은행은 ‘금리 유혹 강화’

특판을 내서 예적금이 들어와 수신 잔고가 늘어난다고 해도 은행들은 대출을 급격히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수준으로 관리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수신 잔고를 늘린다 해도 대출영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힘든 만큼, 특판을 통한 수신확대 요인이 줄어든 상태다.

다만 1금융권과 달리 2금융권, 즉 저축은행들의 특판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설 대목이나 연초 등을 통해 수신을 확대하려 보다는 오픈뱅킹을 앞두고 고객들을 모집하기 위한 요인이 더 크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새해맞이 연 1.8%의 정기예금 특판을 진행했고, 상상인저축은행은 하루만 맡겨도 연 1.6% 금리를 주는 파킹통장을 출시했다. 2019년 은행과 지난해 말 증권사 등이 이미 선점하고 있는 오픈뱅킹 시장에 저축은행은 3월께나 참여하는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금리 매력이 높은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신년이나 설 명절, 새 학기 등을 이유로 특판을 하거나 높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달라지고 있다”면서 “수신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인터넷은행 외에 특판을 강화하는 경우는 한동안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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