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급했나? 이스라엘 백신 미접종자 명단 제출법 논란
[경향신문]
이스라엘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들의 명단을 지방정부에 넘기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내각회의에서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주민들의 명단을 지방정부에 제공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 감염율이 줄어드는 것은 좋은 징조이지만, 우리는 점진적으로 경제를 개방해야 한다”면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는 호텔, 박물관, 문화 공연장, 레스토랑, 수영장, 쇼핑몰 입장, 해외여행 허용과 같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에 누적 접종자 400만명에 도달하는데, 이는 엄청난 숫자다. 나머지 국민 500만명도 신속히 백신을 맞아야 한다. 그래야 마침내 변이 바이러스를 물리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 900만명인 이스라엘의 누적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은 44.2%로 세계 1위이지만, 한때 20만명선이던 하루 접종자 수는 최근 6만명대까지 줄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부는 학교나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19 검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제안했다. 또 여러 국가와 관광 협정을 맺어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에게만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접종률이 높은 지방정부에만 중앙정부가 차등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안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접종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3월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2년 새 총선만 4번째 치를 정도로 정국이 불안정해진 데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의 인기도 떨어진 상황이다.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접종률과 결부시켰다”고 지적했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비판이 집권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레츠는 “포퓰리스트이자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는 적을 필요로 한다”면서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바이러스 확산자로 낙인 찍으면 총리 반대자들처럼 쉽게 공공의 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미접종자 명단 제공은 다양한 논란을 낳았다. 하레츠는 “미접종자 명단을 지방정부에 제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기대되는 이이익보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손해가 더 크다”면서 “이 제안이 지방 정부에 백신 미접종자들의 명단을 넘기는 것으로 끝날지, 아니면 지방정부가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도록 후속 조치를 취하라고 규정할 것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또 강압적인 정책을 펴면 백신 접종률을 올리는 데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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