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정의용에 "서두르지 말라" 속뜻은..

이완 2021. 2. 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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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신임 외교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주어진 시간 내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진 말라고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15일 정 장관에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할 기회임을 다시 강조 드리고 싶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조 바이든 신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주변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국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주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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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속도조절' 확대 해석엔 선 그어
대북정책 관련 한미 행보 더디고
'한일관계 먼저' 요구 등 고민첩첩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임명장을 받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 둘째),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맨 왼쪽),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맨 오른쪽) 등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신임 외교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주어진 시간 내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진 말라고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15일 정 장관에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할 기회임을 다시 강조 드리고 싶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조 바이든 신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주변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국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주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눈에 띄는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문 대통령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내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진 말라고 당부 드리고 싶다. 차근차근 접근해 주시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장기 교착이 이어지는 북-미 대화를 재개하려면, 한-미 간 의사소통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선 “가능하면 조기에 한-미 정상 간 교류를 조기에 성사시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싶다”고 말했고, 4일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전화회담에서도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여 외교부도 9일 북미국장, 10일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설날 당일인 12일엔 정의용 장관이 직접 나서 미국과 유선 회담을 진행했다. 이때문에 ‘서두르지 말라’는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속도 조절론’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외교부 당국자들은 말 그대로 “차근차근 한-미 간 현안을 풀라는 의미”라는 해석을 내놨다. 청와대 당국자들은 속도 조절을 언급한 듯한 대통령 발언에 대해 “큰 의미를 담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고, 외교부 당국자도 “차근차근, 뚜벅뚜벅 현안을 풀어갈 것”이라는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한-미가 대북 정책을 조율해 가는 과정을 전망하면 ‘조바심을 내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수밖에 없다. 한-미 간엔 아직 속도 조절을 할만한 속도가 나지 않은 게 냉정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2018년 6월12일 북-미 ‘싱가포르 선언’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자는 한국의 의견에 바이든 행정부가 쉽게 공감하지 않을 경우다. 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포기하고 한-미 화합이라는 ‘가시적 성과’에 집착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이룬 북-미 간 여러 성과물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미국이 대북 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서라도 한-일 관계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줄곧 내세워 온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허물게 될 수도 있다.

이완 김지은 길윤형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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