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경영분석]부실충당금 대거 적립에도 '요주의' 감소..코로나 착시?

황두현 2021. 2. 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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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 가계·기업 요주의 18.4% ↓
우리, 중기대출 늘며 정상·요주의·고정 동시 증가
기업, 2019년 22.4% 늘었지만 지난해 9.7% 감소
신한·하나, 2년 연속 요주의 감소
각 행 제공

지난해 5개 주요 은행의 총여신이 10% 안팎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잠재부실채권인 요주의 여신은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요주의 여신을 20%가량 축소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감소폭이 컸다. 자산성장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으로 부실 가능성이 이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말 요주의 여신은 1조195억원으로 전년대비 18.4% 줄었다. 같은기간 총여신이 9.9% 늘었지만 잠재부실채권은 오히려 축소한 셈이다. 가계와 기업 부문 자산 건전성이 골고루 개선됐다. 가계 요주의 여신은 같은기간 19.6% 줄었을뿐만 아니라 고정이하 여신도 19.5% 감소했다. 기업 부문도 요주의가 17.8%, 고정이하가 16.6%씩 감소했다.

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에 따라 여신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요주의는 1개월이상 3개월미만 연체가 발생한 여신으로 부실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채권이라는 의미다. 3개월이상 연체가 누적되면 고정이하 여신으로 나뉘며, 이는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우리은행의 지난해말 요주의 여신은 1조5270억원으로 전년대비 10.2% 감소했다. 직전해 감소폭이 5.8%였던 걸 고려하면 1년만에 두배가량 축소했다. 지난해 총여신이 8.8%, 정상여신이 9%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자산성장과 함께 건전성 관리에도 충실했던 셈이다. 총여신에서 요주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0.58%까지 낮아졌다.

전체 여신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계부문 건전성이 대폭 개선됐다. 정상여신이 9% 늘어나는 동안 요주의는 11.6% 감소했다. 2019년에는 12.1% 늘었지만 1년만에 이를 상쇄했다. 대기업부문은 2019년 15.1%에 이어 지난해 22.1% 요주의가 감소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정상 여신(9.6%)을 비롯해 요주의(5.4%), 고정(8.6%), 추정손실(12.5%) 등이 골고루 늘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전 부문 여신이 골고루 늘었다"며 "건전성 관리를 위한 여신정상화 추진 등으로 전체 요주의 비율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말 요주의 여신은 9.7% 감소한 3조456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총여신은 13% 늘었지만 잠재부실채권은 낮춘 셈이다. 1년전 요주의 여신은 22.4% 늘었지만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소기업대출이 총여신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기업은행 특성상 중기대출의 부실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요주의 여신 비율도 1년전 1.9%에서 1.4%까지 줄었다.

신한은행도 요주의 여신이 2년 연속 감소했다. 2019년 17.7%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2.5%를 추가로 낮춰 9360억원의 요주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계(2.8%)와 기업(2.5%) 부문이 골고루 감소했다. 고정이하 여신은 가계와 기업이 각각 3.6%, 14.11% 줄어 평균 감소폭이 11.1%에 달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요주의 여신은 전년대비 1.6% 줄어든 1조553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8.2%)에 이어 감소했다. 같은기간 총여신은 8.6% 늘었다. 가계부문에서 요주의가 1990억원으로 16.2% 줄었다. 다만 정상(9.2%)과 고정(9.4%), 회수의문(14.4%) 등의 여신은 늘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여신 요주의는 1조3550억원으로 1% 증가했다. 지난 3분기까지는 감소세였지만 4분기들어 4%가량 늘었다. 같은기간 정상 여신은 0.9% 감소했다. 연말 기업고객의 여신 재분류 과정에서 발생한 변동이라는 게 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공통적으로 총여신이 늘었지만 요주의 분류 대출채권과 고정이하 여신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대출총량은 늘었지만 부실채권은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당국의 대출만기연장과 이자상환유예와 같은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금융지원으로 부실 발생 우려가 있는 여신이 일시적으로 정상 범주에 들어가 있어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양호하게 나온 것 같다"며 "다만 보증부 대출이 많은 만큼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에는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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