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거나 사표쓰거나"..철밥통 공무원도 힘들다

임소연 기자 2021. 2. 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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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무에 시달리다보면 근무시간은 모두 지나고, 정작 본인 일은 부서 내 상급자들이 퇴근한 6시 이후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A씨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최근 공무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황은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B씨는 "신규 때 고생해봐야 한다는 상급자들과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에 익숙한 신규 공무원들이 양극단에 있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임용 후 얼마 안 돼 사표 내는 사례가 많지만 바뀌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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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 때는 다했어" 문화 여전…잡무 떠맡는 하급자들
현직 만 5개월차 신규 공무원 A씨(28)는 임용 이래 밤 10시 이전에 퇴근한 날을 손에 꼽았다. 부서 막내인 A씨는 민원인 상대는 물론 부서원 점심 식사까지 도맡아야 했다. 메뉴를 취합한 뒤 도시락이 도착하면 일일이 선배들의 책상에 배달했다.

잡무에 시달리다보면 근무시간은 모두 지나고, 정작 본인 일은 부서 내 상급자들이 퇴근한 6시 이후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A씨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최근 공무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황은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그는 "2월 한달간 밤 10시 전에 퇴근한 날이 단 하루도 없다"며 “업무분장 때 '이건 원래 막내가 해오던 일, 해야 할 일'로 정해놓고 모두 몰아주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했다.

A씨는 "공무원 사회는 폐쇄의 끝판왕"이라며 "다른 회사들처럼 익명으로 불만을 올리는 사내 사이트란 게 있을 수가 없고 고충을 위에 전달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중앙부처 9급 공무원도 최근 업무량이 많아져 연일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대차에서 오는 갈등…변화 막는 조직 폐쇄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년차 공무원 B씨(30)는 시니어들과 주니어들 간 다른 사고 체계를 좁힐 소통지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업무적으로 '갑질' 하는 상급자를 신고하기 힘든 폐쇄적 문화도 문제로 꼬집었다. 인사고충을 전달할 창구는 있으나 소극적인 징계 등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B씨는 "신규 때 고생해봐야 한다는 상급자들과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에 익숙한 신규 공무원들이 양극단에 있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임용 후 얼마 안 돼 사표 내는 사례가 많지만 바뀌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인사이동까지 무조건 버티는 게 답"이라고 덧붙였다.

고충을 토로하는 하급자에게서도 문제를 찾으려는 분위기와 연공서열 때문에 징계에 소극적인 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극단적 선택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을 거라고 B씨는 전했다. 결국 조직 내 갑질신고의 활성화와 철저한 조사 및 징계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90년생 공무원이 왔다'지만…문화 미비, 변화는 미미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책자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가 공직사회 소통을 위해 펴낸 가이드북 ‘90년생 공무원이 왔다’에 따르면 주니어와 시니어 공무원을 통틀어 대부분(52%)이 세대 차이를 크게 느끼고 있었다. 특히 직업의식과 조직문화, 업무 방식이 달랐다.

‘조직 발전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주니어 45%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 반면, 시니어는 36%가 '그렇다'고 답했다. 시니어들은 90년대 직원들의 '개인주의'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했고, 주니어들은 '의견을 내도 바뀌지 않는 결론' 같은 수직적이고 '톱다운' 방식의 업무 환경을 힘들어했다. 주니어 59%는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 교수는 "현재 공무원 조직 운영 시스템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시스템"이라며 "어쩔 수 없이라도 변화해야 하는 사기업과 달리 공무원 조직은 개혁이나 혁신, 미래지향적인 움직임에 소극적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직이 비대한데다 연공서열, 직급 따라 권한과 연봉을 쥐어주는 시스템이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한다"면서 "21세기에 맞는 방식으로 조직을 조정, 운영하는 게 현실적인 개선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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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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