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이익이니 불법도 괜찮다?..태백지역 현수막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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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지역 곳곳에 걸린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현수막 게첨을 놓고 공방이 뜨겁다.
현수막은 범시민·사회단체 연합기구인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회(현대위) 주도로 이달 3일 오후부터 걸리기 시작했다.
이달 8일 한 시민은 생활 민원을 접수·처리하는 태백시 공식 밴드에 "길을 건널 때 현수막으로 말미암아 시야가 가려 사고가 날 뻔했다"며 불법 여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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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강원 태백지역 곳곳에 걸린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현수막 게첨을 놓고 공방이 뜨겁다.
현수막은 범시민·사회단체 연합기구인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회(현대위) 주도로 이달 3일 오후부터 걸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 현수막이 제거 명령과 함께 과태료 부과 대상인 불법이라는 점이다.
이달 8일 한 시민은 생활 민원을 접수·처리하는 태백시 공식 밴드에 "길을 건널 때 현수막으로 말미암아 시야가 가려 사고가 날 뻔했다"며 불법 여부를 물었다.
9일에는 또 다른 시민이 댓글로 중앙로 등 다른 곳에도 많이 걸려 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태백시는 "불법 광고물로 확인됐다. 현재 제거 작업 중"이라며 민원 처리 결과를 해당 게시물에 답글로 올렸다.
빨갱이, 주둥이, 지랄 등 거친 단어까지 등장
그러나 현수막은 철거되지 않았고, 10일 다시 올라온 게시물을 계기로 현수막을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했다.
공방의 핵심은 '불법이니 철거하라'와 '공동 현안이니 그냥 넘어가자'이다.
태백시 공식 밴드에서의 공방은 11일에도 계속됐고, 일부 댓글에는 빨갱이, 주둥이, 지랄 등 거친 단어까지 나왔다.
현재 태백지역에 걸린 폐특법 관련 현수막은 약 300장으로 추산된다.
현대위 관계자는 "불법이니까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러나 특정 계층을 위한 것도 아니고, 현재 여건상 현수막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릴 때까지만 참아달라"고 말했다.
태백은 현안 해결에 주민 참여 유도와 분위기 조성을 위한 방법으로 현수막을 활용하는 일명 '현수막 정치' 도시이다.
현수막 정치의 본격적인 시작은 석탄산업 사양화로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개최한 1993년 7월 태백시민 생존권 찾기 총궐기 대회였다.
"다양성 확보하고 갈등 막으려면 행정 일관성 중요"
이후 탈 없이 24년간 이어져 오던 현수막 정치에 첫 제동이 걸릴 때는 2017년 3월이다.
당시 현대위가 '귀금속 산업단지 유치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일제히 내걸자, 귀금속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주민으로 구성된 유치반대위원회가 불법 현수막이라며 철거 민원을 냈다.
태백시는 '공동이익을 위한 현수막'이라며 난감해했지만, 결국 모든 현수막을 철거했다.
2년 후인 2019년 7월에도 경북 봉화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처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일제히 걸렸지만, 게첨 하루 뒤 홀연히 사라졌다.
지병호 연리지 미디어협동조합 편집장은 15일 "지역의 생존을 위해 폐특법이 중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공동이익을 위해서라면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특히 다른 의견에 대해 거칠게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변한만큼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시민 의사 표시 방법도 국민신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바꿔야 한다"며 "다양성 확보에 따라 발생하는 갈등과 혼란을 막으려면 행정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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