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쟁점은 부동산..국민의힘의 '미국식' TV토론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경선을 통과한 4명의 후보가 16일부터 1대1 '스탠딩 맞장' 토론을 벌이는 가운데 각 후보 측은 부동산 문제를 서울시 최대 쟁점으로 꼽으며, 상대 후보들의 공약·정책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5일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16일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1대1 토론을 시작으로 2주간 총 8번의 당내 경선 토론회를 개최한다. 1차·2차·3차에 걸쳐 4명의 후보들이 상대방과 1대1 토론을 벌인 뒤, 4차에선 4인 합동 토론회를 연다.
가령, 오신환 국민의힘 전 의원이 16일에 나경원 전 의원과 붙는다면 19일엔 오세훈 전 시장, 23일엔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붙는 식이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 토론은 토론 자료나 정장 등 기존의 격식이 없이 진행된다. 질문과 답변을 순서대로 이어가는 토론 방식에서 벗어나 두 후보가 주어진 시간 동안 일어선 채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형식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15일 토론회 방식을 발표하며 "미국 대통령 후보의 TV토론 연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토론이 끝난 뒤에는 1000명의 시민평가단이 ARS로 토론에서 누가 우세했는지를 평가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 평가 자료를 토론 종료 1시간 뒤 보도자료로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공관위 관계자는 "기존 방식대로 하면 토론이란 게 정형화될 수밖에 없다"며 "자유로운 방식으로 후보들의 의견을 듣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런 방식으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측은 토론회에서 경쟁 후보의 공약을 검증하며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나 전 의원 관계자는 "상대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나 후보의 강단있는 리더십, 오랜 정치 경험에서 나온 실력과 연륜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 측도 "상대 정책의 잘못된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면서 그것을 통해 오 전 시장의 정책이 왜 당위성 있고 설득력 있는지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오 전 의원 관계자는 "세대적으로 젊고 참신한 이미지를 오 전 의원이 갖고 있고, 서울의 미래와 당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혁신과 변화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 후보 측은 공통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토론회 최대 쟁점으로 예상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 조사(지난 7~8일 서울시민 1016명 대상) 결과 응답자 40%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차기 서울시장이 중점을 둬야 할 현안으로 꼽을 정도로 부동산 정책은 현재 서울의 최대 관심사다.
서울시장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나 전 의원은 청년·신혼부부 10만 가구 공급을 포함해 10년간 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오 전 시장은 5년간 36만호의 주택 공급 계획을 밝혔다. 조 구청장은 5년간 65만호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오 전 의원은 다른 후보들의 공급 공약을 두고 "차별성 없고 실현 불가능하다"고 비판하며 환매조건부 반반아파트 3만호 공급을 제시했다.
오 전 시장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보니 부동산 공약이 큰 비중을 차지해 그쪽으로 이야기가 쏠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오 전 시장은 과거 서울시장 경험을 살려 '실현가능한' 공약에 주안점을 두고 어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 관계자도 토론회 최대 쟁점을 묻는 말에 "아무래도 부동산"이라고 답하며 "어느 정책보다도 부동산이 이슈이기 때문에 조 구청장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얘기할 게 굉장히 많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조 구청장은 부동산 현안 문제를 실제 서울시 행정으로 많이 접했다"며 "그러한 전문성으로 깊고 넓은 부동산 정책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측은 토론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호 비방이나 흑색선전을 경계했다. 과열된 토론 분위기가 상호 비방으로 이어지면 자칫 경선과 토론회 의미가 변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당내 경선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후보자들 간에 날선 표현이 오갔다. 오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의 공약을 두고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라고 빗댔고, 나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에게 "10년을 쉰 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경선 과정에서 각자가 하는 도리가 당에 어떤 영향 미칠 것인지 생각하면서 경쟁하라"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 관계자는 "앞서 나 후보가 네거티브(흑색선전)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듯이, 나 후보는 국민의힘 경쟁자들이 결국 '원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토론이 각 후보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호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지 (상호 비방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 관계자는 "토론회는 주제가 정해져 있고, 그 주제에 맞게 정책이나 공약을 두고 토론하는 것"이라며 "상대에 대한 비방이나 인신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오 전 의원 관계자도 토론회 준비에 대해 "상대방 약점이나 인신공격보다는 본인이 갖고있는 비전이나 정책을 우선 얘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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