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계열사지분?..SK 합의금 봉투에 뭐가 담길까
LG에너지솔루션(LG화학배터리부문)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분쟁이 LG의 승리로 일단락되면서 합의 여부와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LG 측이 합의금 규모 등에서 한층 고삐를 당기는 가운데 SK도 대안 마련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합의금 액수는 ITC(국제무역위원회)가 영업비밀 침해 판정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공개한 후 책정될 전망이다. 예단은 이르지만 현금 분할지급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양사 간 지분 공유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 지분 양수도 방안도 거론된다.
3년여 간 이어진 쟁송 과정에서 예상 합의금도 계속해서 달라졌다. 소송 초반 LG 측은 SK가 인력빼가기에 대해 사과하고 수천억원 규모 합의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이 격화되면서 합의금은 향후 판매분에 대한 기술비용까지 '10조원+α'까지 회자됐다.
배터리업계는 ITC 판결을 전후해 LG 측이 2조8000억~3조 원 가량을 잠정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 측 안은 이에 반해 8000억원대에 머물렀다. LG가 판결 직후 "이제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한 것은 이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합의금 도출까지는 아직 수차례 단계가 남았다. 조만간 ITC가 상세한 판결 결과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SK의 영업비밀 침해가 어느정도 수준으로 인정되는지가 명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결과문을 놓고 양쪽이 다시 한 번 해석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최종 판결로부터 60일 이내 이뤄질 수 있는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는 가장 큰 변수다.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SK측의 미국 사업에 숨통이 트인다. 소송 규모가 댈라웨어 지방법원 소송 등으로 크게 쪼그라든다. 합의 규모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거부권이 최종 행사되지 않는다면 LG가 유리한 지점을 점한 가운데 본격적인 합의금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부문이 코로나19(COVID-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2조5688억원)를 냈다. 배터리부문에서도 3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그래도 투자를 멈출 수는 없다. 미국은 물론 폴란드 등에 조단위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현금이 달린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도 합의금 책정을 허투루 했다간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투자비용 부담이 큰건 마찬가지다. 중국 등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최대한 유리한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그러면서 국내외 상황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에 한 획을 그은 소송인만큼 지켜보는 눈도 많다. 대체로 ITC 판결에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폭스바겐과 포드 등 당장 배터리 납품 공백을 겪게 된 업체들은 속이 탄다. SK배터리공장을 유치한 조지아주도 비상이 걸렸다.
SK그룹과 LG그룹 양쪽의 상황을 감안할 때 계열사 지분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아직 전망은 이르지만 상반기 상장(IPO) 최대어로 꼽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제조사다. 2019년 4월 출범해 그해 매출 2630억원, 영업이익 806억원을 냈다. 시작에 불과하다. 창저우 공장에 이어 중국과 폴란드에 공장을 짓고 있다. 2019년 기준 3.6억㎡인 생산량은 2023년 18.7억㎡로 늘어난다.
증시에선 상장 후 기업가치가 5조~6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분은 SK이노베이션이 90%를 들고 있다. 역시 전망은 이르지만 LG가 지분을 넘겨받아 주요 투자자가 된다면 배터리 생산구조 상 SK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는게 매력적이다.
다만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배터리 핵심 특허 중 하나인 분리막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SK입장에서는 분리막 계열사에 LG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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