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도 민주주의·평화통일·민중 권리회복"..종일 이어진 백기완 추모
추모의밤·노제·시청광장 영결식 거쳐 19일 모란공원으로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백기완 선생이 영면에 든 15일 서울대병원 빈소 등에서는 그에 대한 추모가 종일 이어졌다.
살아 생전 인연을 맺은 정치인, 사회운동가, 문화예술인, 시민단체 관계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오후 2시 공식 조문 이전부터 빈소를 찾거나 온라인 공간에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이는 50여년간 사회비판적 작품을 선보인 '1세대 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71)였다. 그는 방명록에 "독재없는 민주세상에서 영면하십시오"라며 "임옥상 엎드려 웁니다"는 글을 남겼다.
정치인 가운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백 선생이 대학로 통일연구소에 계실 때 기자로서 처음 만났다"라며 "민주주의를 위해 광장에서 만날 때마다 격려해주고 다독거려준 분인데 너무 빨리 가셔서 아쉽다"고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는 199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백 선생의 선거운동원이었다"고 인연을 떠올린 뒤 "머리를 휘날리며 (계속) 계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시니까 쓸쓸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은 "'민중이 우리 혁명의 대본영'이라고 한 신채호 선생의 말과 같은 역사의식을 갖고 일관되게 거친 황야를 걸어온 분"이라며 "선생의 뜻을 우리 광복회가 이어받겠다고 오늘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고 발열 여부를 확인한 뒤 입장하는 등 코로나19 감염에 특히 주의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1시 장례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기획위원장인 송경동 시인은 "백 선생께서는 병상에 계시면서도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민중의 권리회복, 해방세상을 위해 마음을 놓지 않았다"며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쓴 글귀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하는 분을 위해 힘내라, 해고 노동자 김진숙의 복직을 응원하면서 김진숙 힘내라였다"고 했다.
백 소장의 맏딸 원담씨는 "아버님께서는 '절대로 병상에서 투병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싸우다 죽겠다, 노동현장에서 피흘리는 사람들 앞에서 온 목숨을 바쳐 그들의 권리와 노나메기의 세상을 위해 싸우겠다'고 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례위원회는 백기완 선생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 및 민주노총 등 50여 단체가 모여 구성했으며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이라는 이름으로 5일장을 열기로 했다.
빈소에는 백기완 선생 영정사진 외에 그가 주먹을 불끈 쥔 채 양 팔을 펼친 사진과 그림 등이 걸리기도 했다. 그림은 신학철 선생이 그린 것이고 사진은 노순택 작가의 촬영한 것이다. 노 작가는 "선생님을 추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가 살아 생전에 외쳤던 것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사진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날 정치인과 문화예술인 등이 조화와 근조기를 보내왔지만 장례위원회 측은 돌려보냈다. 양기환 장례위원회 이사는 "백기완 선생은 생전에 '조화값을 보태 어려운 사람을 도와라'라고 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대한 추모는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국회 현장 등에서도 이뤄졌다. 또 백 선생의 사진과 동영상 등 자료를 담은 사이버추모관 'baekgiwan.net' 홈페이지도 개설됐다. 이밖에 민주노총 16개 지역본부에도 지역분향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장례는 18일 오후 6시30분 추모의 밤 행사를 거친 다음 19일 오전 8시 발인과 통일문제연구소 방문, 오전 9시 대학로 노제, 오전 11시 시청앞광장 영결식을 거쳐 오후 2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고인을 모시는 순서로 진행된다. 장례위원회는 17일 밤 12시까지 시민장례위원을 모집한다.
한편 민변의 조영선 변호사는 "망인에 대한 일부 악성 댓글이 있다"며 "견해의 다름은 인정할 수 있지만 조롱, 비난, 악의적 표현 등 명예훼손은 법적 검토를 거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법을 떠나 선생님 가는 길에 한국 사회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며 "악성댓글은 삭제조치해달라"라고 촉구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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