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촉구 깃발 든 삼바댄서, 마스크 쓴 슈퍼걸..한번도 본 적 없는 브라질의 카니발
[경향신문]
원래대로라면 브라질은 지금쯤 삼바 리듬에 몸을 흔들며 1년 중 가장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했다. 관악대의 신나는 악기 연주에 맞춰, 반짝이는 옷을 입은 퍼레이드 행렬이 이어지고, ‘지구상 가장 큰 축제’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거리는 북적였을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올해 이런 풍경은 자취를 감췄다. 해마다 사순절 앞뒤를 전후해 1주일 가량 이어지는 브라질의 카니발 축제는 코로나19로 모두 취소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올해 카니발 축제는 지난 12일 밤부터 시작해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여성 삼바 댄서는 열정적인 춤 대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촉구하는 깃발을 들었다. 화려한 조명 쇼는 코로나19 사망자를 애도하기 위한 어두운 조명으로 바뀌었다.
브라질은 현재 하루 평균 코로나19 사망자가 1000명씩 발생하는 등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인명피해가 세번째로 많은 나라다. 코로나19 백신 대신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을 맹신했던 ‘남미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백신 확보에 소극적이었던 탓에 예방접종 속도도 매우 느린 상황이다.
상파울루 시내에서 열린 약식 퍼레이드에서 삼바 댄서들은 ‘모두에게 백신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관중석도 신속한 백신 접종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로 가득했다고 1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축제를 잃어버린 브라질 시민들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카니발을 보내고 있다. 카니발을 위해 퍼레이드 행사를 준비해왔던 조나스 도스 산토스는 “너무 견디기 힘들다. 사람들이 모두 공허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사람들은 크고 작은 온라인 행사들로나마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리오데자네이루에서 슈퍼걸, 캡틴 아메리카, 야성녀 아이비의 코스튬을 차려입은 퍼레이드 행렬이 밴드 연주에 맞춰 행진하는 장면은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다. 슈퍼걸 역할을 맡은 참가자는 “아마 지금쯤 집에서 카메라 너머 우리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춤을 추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구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발 축제 취소로 브라질의 막대한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전국상업연맹(CNC)은 호텔과 쇼핑센터, 상가 등 관련 업종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최소한 80억 헤알(약 1조6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카니발 축제를 전후로 생성되곤 했던 2만5000개 가량의 일자리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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