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학폭' 폭로.. 가해자 사과에도 여론 반응은 '냉담'

김민정 기자 2021. 2. 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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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트로트 가수들과 배구선수들의 과거 학창 시절 교내 폭력, 이른바 학폭 사실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가해자로 알려진 송명근과 심경섭 등 OK금융그룹 배구단 소속 선수들은 뒤늦게 구단을 통해 사과문을 올리고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며 남은 기간 경기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유명인의 과거 학폭 가해 사실에 대한 폭로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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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트로트 가수들과 배구선수들의 과거 학창 시절 교내 폭력, 이른바 학폭 사실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가해자들은 뒤늦게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까지 공개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달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서울 GS칼텍스 KIXX 배구단의 경기. 프로배구 올스타 팬 투표로 올스타에 선정된 흥국생명 이재영(왼쪽)과 이다영이 경기 전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흥국생명 소속 배구선수인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사태 진상을 규명하고 엄정대응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은 15일 오후 3시까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지난 8일 앞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재영‧다영 자매에게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의 글이 올라왔다. 자매와 숙소에서 같은 방을 썼다는 피해자는 "툭하면 돈을 걷고 때리는가 하면 부모님을 ‘니네 X미, X비’라 칭하며 욕을 했다"며 "심지어 칼을 가져와 위협을 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흥국생명은 사실을 인정하며 자매 이름으로 사과문을 올렸지만, 불과 사흘 만인 13일 추가 폭로가 나왔다. 또 다른 피해자는 "자매는 자신들의 빨래도 동료나 후배에게 떠넘겼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부모에게 얘기해 단체로 혼나는 일이 잦았다"고 주장했다.

연이어 남자배구 선수들의 학폭 폭로도 나왔다. 지난 13일 한 포털사이트에는 현재 배구선수로 활동 중인 선배들에게 10여 년 전 구타를 당해 고환 봉합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폭로 글이 올라왔다.

가해자로 알려진 송명근과 심경섭 등 OK금융그룹 배구단 소속 선수들은 뒤늦게 구단을 통해 사과문을 올리고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며 남은 기간 경기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이들의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직 프로배구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 논란이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여자배구 선수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증언이 또 나왔다. 14일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프로여자배구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는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다"면서 "중학교 1학년 때 집합을 서는데 내가 발음이 안 된다고 동기·선배들을 ‘머리 박아’를 시키고 나한테 ‘가나다라’를 외우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울면 바가지를 가져와서 눈물을 다 받으라고 (시키고), 바가지에 다 채울 때까지 다 ‘머리 박아’를 시키겠다며 눈물, 콧물, 침을 뱉어서라도, 오줌을 싸서라도 바가지를 채우라고(했다)"며 "그런 일이 거의 일상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는 "3개월에 한 번 집에 가서도 혼나는 걸 말 못 하고 혼자 참았다"며 "한번은 엄마한테 무릎 꿇고 배구 그만하고 싶다고 빌었지만, 엄마는 그냥 운동이 힘들어서 하는 말인 줄 알고 조금만 참고 (배구를) 해보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다시 숙소에 가면 매일 매일 죽고 싶었다"며 "어린 마음에 김에 들어있는 방부제를 먹기도 하고 혼자 화장실에 가서 울면서 목을 조르는 일도 일상이었다"고 전했다.

자신을 배구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부모라고 주장한 A씨가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 / 네이트 판 캡처

최근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유명인의 과거 학폭 가해 사실에 대한 폭로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트로트 가수 진달래가 과거 교내 폭력에 가담했다는 증언이 나와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하자, 이 같은 폭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뒤늦게 사과를 해도 여론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특히 운동선수들의 경우 직접적인 사과가 아닌 소속 구단을 앞세운 사과에 대해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과거 학교 폭력 사실에 대한 진상 규명과 엄벌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청원에 동의했다는 김모(26)씨는 "학교 폭력을 저질렀던 이들은 언제든지 인과응보를 당한다는 걸 보여줘야 가해자들이 반성의 기미라도 보일 것"이라며 "다시는 대중 앞에 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체육교육전공 주임교수는 "학교폭력은 권력의 위아래가 극명할 때 벌어진다"라며 "특히 운동하는 학생선수의 경우 예외적으로 특별히 취급하는 학교 내 문화가 이런 사태를 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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