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술판사건' 시청 국장-의원 엇갈린 주장..누가 거짓말 하나
애초 '한배 탔던' 나주시의원, '4인 사과문'과 상반된 주장 파문
15일 "나주시장과 시의원, 공무원들 처벌하라" 靑 국민청원 등장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 나주시 국장(서기관) 대 시의원. 최근 술판사건으로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나주시의 두 고위 공직자가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시민 사과문에 함께 이름을 올린 참석자들 간에 강인규 나주시장의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 '3선 협력'과 '3선을 위하여' 건배사 제안 등을 놓고 서로 말이 엇갈리면서다. 특히 설 연휴를 마치며 '술판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면서 코로나19 방역수칙과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인 나주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본지 2월 11일 보도 '시장 3選 건배사 했나,안 했나…나주 술판사건, 진실 공방' 기사 참조)
애초 논란은 나주시 고위 공직자들이 코로나 방역수칙을 어기고 식사 겸 술자리를 가졌다는 소문이 시중에 퍼지면서 시작됐다. 이어 나주시 총무국장이 참석한 시의원들에게 강 시장의 3선 출마 협력과 충성을 맹세한 건배사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당사자들이 사과문을 통해 이를 부인하면서 언론 대 참석자들 간에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그러나 지금은 참석자들 간에 거짓말 해명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시공간에서 있었던 이들의 말이 조금씩 엇갈리면서다. 당사자들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명절인 설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의 해명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무엇이 진실일까.
시의원의 갑작스런 '하선(下船)'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나주시 총무국장과 기획예산실장, 시의원 등 4명은 지난 3일 저녁 나주 원도심의 한 오리탕 식당에서 술자리를 겸한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저녁 6시 30분쯤 나주시 공직자 4명이 먼저 자리를 잡은 해당 술자리에는 시차를 두고 박 아무개 농협조합장이 십전대보주(酒)를 가지고 참석한데 이어 강인규 시장도 합류했다.
화기 애애하게 상호간 덕담을 나눈 뒤 박 조합장이 외부 손님과의 선약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뜨고, 곧이어 강 시장이 식당 문을 나섰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오후 8시 40분경 식사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날은 영국발 변이바이러스가 나주에서 국내 최초로 지역사회 접촉으로 전파돼 방역당국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 날이었다.
나주시청 간부공무원과 시의원 등의 술판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서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 등 큰 파문이 일었다. 이후 애초 방역수칙 위반에서 시작된 논란은 지난 9일 술자리 참석자들이 갑작스럽게 사과문을 내면서 눈덩이처럼 커졌다.
'설 이전'…4인 "격려 자리…3선 협력 술판 아냐"
김 국장 등 나주시 간부와 시의원 등 4명은(이하 4인 측)은 이날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사과문에서 "엄중한 시기에 방역수칙 위반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자숙하고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
문제는 해명 부분이다. 이들은 일부 지역 언론에서 제기한 '3선을 위한 술판'이라거나 '3선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외쳤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또 "이날 식사 자리는 시의원과 집행부 공무원 사이에 서로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며 "강인규 시장의 3선 출마를 위한 술판이 아니었다. 그리고 3선 건배사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식사 겸 술자리가 방역수침 위반 등 부적절했지만, 3선 협력을 시의원들에게 요청하기 위한 술판 자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설 연휴 중'…시의원 "총무국장 혼잣말이지…"
설 연휴 기간, 사태는 급반전됐다. 당일 술자리 참석자이자 '4인 사과문'에 이름을 올렸던 김 아무개 시의원이 정작 사과문과는 상반된 이야기를 내놓으면서다. 김 의원은 최근 지역 인터넷신문인 '세계의 중심 나주뉴스'와의 통화에서 나주시 총무국장이 3선 건배사를 제안했느냐 질문에 "자기(총무국장)가 한 말이지, 우리가 동조하거나 그러지 않았다.(총무국장이) 충성하고 싶었던 거지"라고 답변했다. 해당 술자리가 벌어진 식당의 주인 A(58)씨는 시사저널에 "3선이라는 선창은 경황이 없어 못 들었지만 일행의 '위하여'라는 건배사는 뚜렷하게 들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의원과 사과문이 공개한 대화 내용과 분위기가 각각 다르다. 결국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김 의원의 말이 맞는다면 4인(김 의원 포함)은 자신들 선거 중립의무 위반의 불법행위를 은폐하려고 거짓 자료를 낸 것이고, 4인 측이 맞는다면 김 의원이 책임을 김 국장한테 떠넘긴 꼴이 된다.
강인규 시장의 개입 여부도 쟁점이다. 강 시장이 총무국장 주도해 한 3선 출마 협력 요청을 암묵적으로 용인했다면 사전선거운동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4인 측은 사과문에서 "총무국장이 모처럼 두 명의 시의원과 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뜻깊어 시장에게 전화로 참석을 요청했다"며 "(강 시장은)덕담을 나눈 후 자리를 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강 시장이 자리를 뜨기 전 김 국장이 3선 협력 등을 제안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누가 거짓말하는 지 시청 간부·의원들 모두 잘 알고 있을 것"
이미 사건은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시 간부와 시의원들 모두 끝까지 진실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적 처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김 국장이 '3선을' 선창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위하여'를 합창했다면 참석자 모두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와 공직선거법 9조 위반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김 국장이 혼자 이른 '3선'을 제안했고, 나머지 사람들이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면 그만 불법행위에 해당 여부 대상이 된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지는 나주시 간부들과 시의원 모두 알고 있으며,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가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너무 달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는 쪽은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주 고위 공직자들의 술판사건이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지역 중심의 SNS커뮤니티에는 "십전대보주에 취해서 흥청망청~~지역권력 재창출을 외쳤다"며 "시민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자 강인규 시장은 재빨리 숨어 버렸다"고 비난했다. 나주시의원들이 사과문에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가장 황당한 것은 나주시의원 2명을 끼워 넣은 사과문"이라며 "참담한 의회 모욕의 실상을 확인한다. 시의원들이 일개 서기관(총무국장)의 꼴랑지(꼬리)였단 말인가"라는 글 등이 게시됐다.
'설 이후'…"처벌하라"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
설 연휴가 끝난 2월 15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나주시장과 시의원, 공무원들을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코로나로 엄중한 이때, 민주당적을 가진 나주시장과 총무국장, 감사실과장, 나주시의회 의원들은 나주시 내 한 식당에서 5인 방역 방역지침을 어기고 술판을 벌였다"며 "이들이 방역지침을 어기고 술판을 벌인 것은 그동안 코로나 방역에 협조하고, 피해를 감수한 시민의 노력을 무력화 시킨 행위이고 이 같은 나주시장을 시민의 대표로 두고 있는 것은 나주시민의 수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소식에 따르면 김 아무개 총무국장이 만취상태에서 '3선을 위하여' 건배사를 외치는 등 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는 행위도 있었다고 한다"며 "이 (술)자리에 있었던 나주시장 외 시의원, 공무원들을 일벌백계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사저널은 해명을 듣기 위해 이날 모임에 참석한 나주시의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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