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된' 연합훈련에 전작권 검증?..한미 이견에 일정 확정 못해
'조기 전환' vs '조건에 기초한 전환' 온도차도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한미연합훈련이 오는 3월 실시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연합훈련 시행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은 훈련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평가를 병행하길 원하지만, 미국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이유로 소극적 입장으로 전해졌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한미연합훈련 일정에 대해 "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 날짜와 훈련 내용 등에 대해서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 대변인은 이어 "한미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8일 시작할 전망인 한미연합훈련은 예년처럼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CPX)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통상 1부 방어와 2부 반격 순서로 나눠 진행한다. 한미는 전·후반기 실시되는 이 훈련을 연합지휘소훈련(CCPT)으로 부르고 있다.
연합지휘소훈련의 특징은 북한과의 전면전까지 가정한 '전구(戰區)급' 연습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군과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반도 밖의 미군 증원 병력도 투입된다.
주요 군 지휘부를 포함한 많은 병력이 일명 '벙커'로 불리는 지휘소에 들어가 훈련을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병력 이동이 제한되고 대규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선 훈련을 정상 진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군 관계자는 "통상 지휘소 훈련엔 작전 요원뿐 아니라 다양한 보직의 병력이 투입된다"며 "한 장소에서 훈련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연합지휘소훈련은 지난해 취소(전반기)되거나 축소(후반기)되는 등 부침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8월 후반기 연합훈련에선 참가인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일정이 훈련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에 대한 3단계 검증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중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은 2019년에 마쳤고,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올해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를 마무리해야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앞두고 전작권 전환 시점을 가시화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훈련 협의에서도 코로나19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측은 일정·규모가 축소되더라도 전작권 검증 평가를 하기 원하지만, 미국 측은 이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올해 FOC 검증평가 추진에 회의적 입장으로 알려졌다. 미 증원병력을 제외한 채 축소 실시되는 연합지휘소훈련에서 자신이 전작권 전환 평가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많은 진전이 있지만 솔직히 아직 갈 길이 멀다"(지난해 9월 CSIS 화상세미나) "끊임없이 (조건을) 평가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좀 남았다"(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고 언급하는 등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왔다.
일각에선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단한 키리졸브,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을 재개, 이를 전작권 전환 검증평가와 연계하길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미의 엇갈리는 입장은 전작권 전환에 대한 온도 차를 반영하기도 한다. 한국은 전작권 '조기 전환'을 목표로 하는 반면, 미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줄곧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이달 발간한 국방백서 2020은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을 주요 국방정책 목표로 제시하며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방위역량을 조기에 확충하면서, 주기적인 준비상황 평가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 국방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전작권은 상호 합의한 조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 전환될 것"이라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미국과 한국이 상호 동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병력과 인력, 그리고 그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onjun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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