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변덕에 술렁이는 北 고위층..점집 찾는 간부들도

이용수 기자 2021. 2. 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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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11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2차 전원회의 도중 오른쪽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특정 간부를 겨냥해 질타하는 장면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초부터 북한 최대의 정치행사인 노동당 대회와 ‘준(準) 당대회’ 격인 당중앙위 전원회의를 잇달아 소집하면서 북한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통상 1년에 한 번 치를 행사를 한 달 간격으로 연달아 치르는 것 자체가 북한 간부들에겐 정신적으로 큰 부담인데, 회의 때마다 180도 달라지는 김정은의 메시지에 당·정·군 책임일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추란 건지 모르겠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5대 범죄’에 속하는 ‘미신행위’(점)에 의존하는 간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김정은은 지난달 8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경제 실패를 자인했다. 이어 2박3일간 계속된 당중앙위 총화보고에선 “5개년 전략이 과학적인 타산과 근거에 기초하여 똑똑히 세워지지 못했다”고 했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 당시 ‘휘황한 설계도’라며 내세운 ‘5개년 전략’이 현실성 떨어지는 장밋빛 구상이었으니 이번엔 실현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당중앙위 제8기2차 전원회의를 소집한 김정은은 자신의 지침을 반영해 수립된 ‘신 5개년 전략’을 맹비난했다. “연말에 가서 비판을 받지 않을 정도로 낮추어 기안하는 편향을 범했다” “전력생산 계획을 현재의 전력생산 수준보다 낮게 세웠다” “평양시 살림집 건설계획을 당대회에서 결정한 목표보다 낮게 세웠다” “신발 생산 계획을 형편없이 낮게 세웠다”며 간부들의 ‘소극성과 보신주의’를 질타한 것이다.

김정은은 “이것(계획을 낮춰 잡은 것)은 경제부문 일꾼들이 조건과 환경을 걸고 숨고르기를 하면서 흉내나 내려는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며 “계획을 낮게 세워놓고 연말에 가서 초과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으려고 하지 말고 실지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 기여할 수 있게 발전지향성과 역동성, 견인성, 과학성이 보장된 목표들을 제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 달 전엔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우라더니, 이제 와서 목표가 너무 낮다고 간부들을 나무란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일부 간부들을 세워놓고 삿대질하거나 단상을 내리치는 장면들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특히 북한 공직사회는 김정은이 지난달 당대회에서 발탁한 김두일 당 경제부장을 한 달 만에 교체하자 크게 동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점집을 찾는 북한 간부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평안북도로 출장을 나온 평양시 간부는 지난 10일 이 매체에 “지방에 나온 김에 친척이 소개해준 점쟁이를 찾아가 새해 운수를 몰래 봤다”며 “올해도 작년보다 더 한 공포정치가 예상돼 점쟁이에게 최고존엄(김정은)의 신년운세는 어떤지 물어봤다”고 했다.

중국에 주재하는 대북 소식통은 RFA에 “신년운세는 고위 간부일수록 더 알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는 간부들의 숙청과 처형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라며 “언제 어떤 이유로 철직·숙청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닥쳐올 액운을 미리 알고 대처하려 한다”고 말했다.

북한 고위층에선 “출세하면 죽는다”는 말까지 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변덕’에 지친 간부들이 고위직 발탁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고위 탈북자 A씨는 “북한에서 수령은 완전무결한 무오류의 존재이기 때문에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고 항상 아랫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며 “조변석개(早變夕改)의 진폭과 빈도가 역대급인 김정은 밑에서 당·국가 사업을 한다는 건 자살행위라는 인식이 일꾼들 사이에서 급속 확산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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