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페이·위챗페이 결제 독점 깨지나..中 빅테크 잇단 참전

앤트그룹과 텐센트가 양분한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지형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독점 행위를 막기 위한 반독점법 규제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디지털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알리바바그룹 계열사 앤트그룹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가 점유율 95%를 차지하며 중국 전자 결제 시장을 장악했다.

올 들어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 영상 공유 앱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이 자체 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도 결제 회사를 인수하며 제삼자 결제 시장 전쟁에 참전했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철퇴 속에 앤트그룹과 텐센트의 양강 구도가 깨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베이징의 이케아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 알리페이·위챗페이 독점에 도전장

중국 매체 즈푸바이커의 7일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남부 광둥성 선전의 전자 결제 서비스 회사 쉰롄즈푸를 인수하기 위해 당국에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화웨이는 이와 별도로 결제 서비스 관련 채용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쉰롄즈푸는 화웨이의 경쟁사인 ZTE가 2013년 만든 회사로, 이듬해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 결제 사업 허가를 받았다. ZTE는 2016년 이 회사 지분 90%를 매각했다. 화웨이도 2016년부터 스마트폰에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결제 서비스인 화웨이페이를 탑재했으나, 은행·카드사인 유니온페이가 결제를 처리했다. 화웨이가 쉰롄즈푸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자체 결제 서비스를 하기 위한 허가를 손에 넣기 위해서다.

최근 중국 인터넷 기술 기업들은 자체 ‘페이(pay)’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JD.com)은 제이디페이,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추싱은 디디페이, 음식 배달 서비스 메이퇀뎬핑은 메이퇀페이를 운영 중이다. 그동안 앤트그룹과 텐센트의 결제 서비스를 쓰며 지불하던 비용을 줄이고 결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 베이징의 샤오미 매장에 샤오미페이, 위챗페이,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애플페이 등 결제 방식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김남희 특파원

7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가진 핀둬둬는 지난달 둬둬페이를 출시했다. 지난해 1월 제삼자 결제 라이선스를 가진 푸페이퉁을 인수한 후 1년 만에 자체 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핀둬둬는 그동안 쇼핑 결제에 텐센트의 위챗페이를 썼다. 2019년 핀둬둬가 텐센트에 지불한 결제 처리 비용만 5억1600만 위안(약 887억 원)에 달한다.

더우인(국제 버전은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도 지난달 모바일 결제 수단에 더우인페이를 추가했다. 이전까지 바이트댄스는 더우인 사용자가 가상 아이템 구매에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함께 쓸 수 있게 했다. 바이트댄스는 6억 명(2020년 8월)이 넘는 더우인 사용자를 바탕으로 중국 내 전자상거래 사업을 확대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제삼자 결제 라이선스를 가진 우한허중이바오커지란 회사를 인수했다.

더우인은 올해 중국 관영 CCTV가 춘제(음력 설) 전날 밤 방송하는 특집 프로그램 춘완의 단독 광고 파트너로 선정돼 더우인페이를 홍보했다. 춘완은 지난해 춘제 당시 시청자가 12억 명이 넘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텐센트는 2014년 위챗페이 안에 디지털 돈봉투인 훙바오 기능을 출시했고 2015년 CCTV의 춘완 프로그램에서 훙바오를 홍보해 사용자를 대폭 늘렸다. 알리바바·앤트그룹 창업자인 마윈은 위챗페이의 훙바오 기능 도입을 알리페이에 대한 진주만 공습에 비유하기도 했다.

중국 음식 배달 앱 메이퇀뎬핑의 결제 방식 선택 화면. 맨위가 메이퇀즈푸(메이퇀페이), 가운데가 웨이신즈푸(위챗페이), 맨아래가 애플페이. /김남희 특파원

◇ 中 정부, 앤트그룹·텐센트 정조준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을 중단시킨 이후 결제 서비스 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당국이 기술 기업과 핀테크(금융 기술) 사업자의 독점 규제 수위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모바일 결제 분야를 겨냥한 규제 방안도 내놨다.

중국 제삼자 전자 결제 시장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지배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중국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알리페이 점유율은 55.6%, 위챗페이 점유율은 38.8%다. 둘을 합치면 95%에 육박한다.

중국 금융 당국은 앤트그룹과 텐센트의 ‘듀오폴리(두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의미)’를 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21일 결제 서비스 반독점 규제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엔 시장지배적 지위의 기준이 담겼다. 비은행 전자 결제 회사 한 곳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두 곳의 점유율 합계가 3분의 2를 넘을 경우, 세 곳의 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을 경우, 독점으로 간주될 수 있다. 조만간 규제안이 실행되면 앤트그룹과 텐센트가 독점 위반 조사를 또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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