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4인방 '폭탄 돌리기'에..황당한 재판장 "그걸 왜 물어?"
4인방 서로 신뢰 깨져, 책임 전가하면서 각자도생
지난 2월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에 대한 속행 공판이 열렸다. 옵티머스 4인방으로 불리는 김재현 대표, 이동열 이사, 윤석호 이사, 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이 모두 법정에 나왔다. 이날 공판은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의 사촌동생인 이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는 이혁진 전 대표와 함께 옵티머스의 전신인 AV자산운용 때부터 활동했고, 김재현 대표에게 회사의 경영권이 넘어간 뒤에는 사정당국에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기도 하다.
핵심 관계자의 증인 출석에 모처럼 옵티머스 공판이 관심을 받았지만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많지 않았다. 법무법인 세종의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금감원 출신 변모씨가 펀드 운용에 관한 법률 검토를 했다는 내용 정도였다.
다만 이날 재판에서는 옵티머스 4인방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눈길을 끌었다. 검찰 수사 초반만 해도 옵티머스 4인방은 함께 도주 및 처벌 대응 시나리오까지 만들면서 공조했지만, 재판이 길어지면서 ‘자중지란’이 일어난 모습이다.
논란이 된 장면은 윤석호 이사의 변호인이 증인에 대한 반대심문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이사는 2017년 옵티머스의 전파진흥원 기금 투자 사기 당시에 대해 집요하게 캐물었다. 질문은 주로 당시 이혁진 전 대표가 아닌 김재현 대표가 옵티머스 경영을 주도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집중됐다.
예컨대 윤 이사 변호인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AV자산운용 사무실에 김재현 개인 집무실이 있었나?"
"김재현 외에 AV자산운용에서 별도로 집무실을 가진 임직원이 몇 명이나 됐나?"
"2017년 6월 9일 송상희가 김재현에 보낸 메일 내용을 보면 송상희가 김재현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AV자산운용 직원들도 김재현 대표라도 불렀나?"
그러자 김 대표의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했다. 김 대표의 변호인은 "(윤석호가) 기소된 내용도 아니고, 검찰에서 주심문에서 다 물어본 내용이고, 윤석호를 변호하기 위한 것도 아닌데 김재현 대표에 대해 왜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의 변호인은 "윤석호가 가담하기 전에 이미 사기 펀드의 구조가 확립돼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지만, 재판부는 김 대표 변호인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였다.
재판장은 "2017년도 당시 사기 부분은 윤석호는 기소도 안 됐는데 왜 김재현 대표와 관련된 걸 자꾸 물어보는지 모르겠다"며 "윤석호에게 연락 받았는지를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김재현 대표에 대해 묻는 게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결국 윤 이사의 변호인은 추가 질문을 생략했다.
윤 이사의 변호인이 윤 이사와 상관도 없는 사건을 물고 늘어진 건 옵티머스 사기 사건 전체에서 윤 이사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걸 보여주려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김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해 윤 이사의 형량을 낮춰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미 옵티머스 4인방은 재판 과정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각자도생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윤 이사가 책임을 지면 김 대표 등은 지원하고 바깥에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대책문건도 나왔지만, 4인방의 신뢰관계가 깨지면서 재판과정에서도 어떻게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4인방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애초에 완벽한 공조라는 게 불가능한 구조였다"며 "4인방의 변호인단도 모두 제각각이어서 충돌은 시간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대표의 변호인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법무법인 강남이 맡고 있고, 이동열 이사의 변호인은 법무법인 담박과 법무법인 아인이 맡고 있다. 윤 이사의 변호인은 법무법인 에이원과 법무법인 제현, 법무법인 태림 등이 맡고 있고, 유 고문의 변호인은 법무법인 정행과 법률사무소 다감이 맡고 있다.
옵티머스 재판은 여러 개로 나뉜 사건을 병합해 진행되고 있다. 한달에 두어번은 공판을 열며 증인심문을 진행 중이다. 다만 검찰 수사가 옵티머스 로비의 윗선으로 지목된 옵티머스 고문단(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관심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옵티머스 4인방에 대한 다음 공판은 3월 8일 진행되고, 옵티머스 로비스트들에 대한 공판은 이달말 차례대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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