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냥이가 킬러가 되는 걸 막으려면
고기 위주 식단과 사냥 놀이가 사냥 본능 억제 밝혀져
주인에게 어리광을 부리던 고양이도 집을 나서면 무서운 포식자로 돌변한다. 고양이의 야생동물 죽이기는 머리맡에 죽은 쥐나 새를 선물로 놓아 주인을 놀라게 하는 정도(▶고양이는 왜 쥐를 물어 올까?)를 넘어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고양이가 죽이는 토끼, 쥐, 새, 도마뱀, 개구리 등 소형 척추동물의 수는 천문학적이다. 미국에서 연간 그 수는 수십억 마리에 이르고 중국 38억 마리, 오스트레일리아 2억3000만 마리, 영국 7500만 마리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고양이를 전적으로 실내에서만 기르면 그런 우려는 사라진다. 문제는 적지 않은 집에서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바깥나들이를 하고 길고양이도 사냥 대열에 들어선다는 점이다.
고양이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특히 새를 사랑하는 사람과 애묘가의 갈등을 풀기 위해 다양한 대책이 나왔다. 고양이 목걸이에 방울을 달거나 새들의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새 보호 목걸이를 달기도 한다.
야생동물이 고양이의 접근을 미리 눈치채 사냥 성공률을 떨어뜨린다는 발상이다. 환경부는 국립공원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목걸이를 길고양이에 씌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고양이에게 이런 장치를 씌우는 것이 고양이의 자유로운 행동을 억제해 동물복지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고양이에게 곡물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고기 중심의 먹이를 주거나 하루 5∼10분씩 사냥 본능을 충족할 놀이를 해 주는 것만으로 고양이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고도 야생동물 피해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시터대 연구자들은 정기적으로 야생동물을 잡아오는 고양이를 기르는 219개 가정 355마리의 고양이를 대상으로 3주간 실험했다. 로비 맥도널드 교수는 “실험 결과 고양이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고도 간단한 방법으로 고양이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고기 위주 먹이를 준 고양이는 집에 가져오는 야생동물 수가 그 전보다 36% 줄었다. 주 저자인 마르티나 체케티 이 대학 박사과정생은 “일부 사료는 콩 등 식물 단백질을 포함하는데 이런 먹이가 ‘완전한 식단’은 될지 몰라도 고양이에게는 한두 가지 미량 영양소가 결핍해 사냥 충동을 일으킨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깃털이나 쥐로 만든 장난감으로 매일 5∼10분씩 놀아주면서 고양이가 실제로 사냥하는 느낌이 들도록 잠복하고 추적해 덮치도록 해 주었더니 실제로 야생동물을 가져오는 수가 25% 줄었다.
놀이가 모든 야생동물에 비슷한 효과를 내지는 않았다. 쥐 등 포유동물을 잡아오는 수는 줄었지만 새는 그대로였다. 연구자들은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시간이 쥐 등을 사냥하는 저녁때여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았다. 고양이는 새를 주로 아침에 사냥한다.
식단을 고기로 바꾼 효과는 새와 포유류에서 모두 나왔다. 화려한 색깔의 조류 보호 목걸이는 새 사냥을 42%나 줄였지만 포유류에는 효과가 없었다. 포유류를 사냥하는 시간이 목걸이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이기 때문이었다.
먹이를 쉽게 끄집어내지 못하도록 설계된 퍼즐 피더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이 장치를 쓴 고양이는 전보다 더 많은 야생동물을 잡아왔다. 연구자들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퍼즐 피더에서 먹이를 꺼내느라 더 배가 고파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고양이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를 줄이는 데는 고양이뿐 아니라 주인이 무얼 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고양이 먹이에 어떤 미량 영양소를 추가하면 사냥 충동을 누를 수 있는지 밝히는 것 등이 추후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0.12.0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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