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비트코인, 5만 달러 뚫고 제도권 안착하나
'진입장벽' 낮아지면서 제도권 연착륙 기대감 커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5만 달러'에 바짝 다가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와 트위터 등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의 연이은 투자에 세금까지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제도권 안착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일(현지 시각) 가상화폐 웹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4만7000달러(약 5180만원)에 거래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4만9700달러를 넘어서며 5만 달러 돌파 기대감을 키웠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 역시 투자 열풍이 이어져 지난 주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5000만원 선을 넘어섰다.
연초부터 파죽지세를 달리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5억 달러(1조70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구매와 차량 결제수단 활용 방안을 공식화 하면서 더욱 불이 붙었다. 트위터와 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 지방정부까지 이 흐름에 가세하면서 판이 한층 커졌다.
갈림길 선 비트코인, '비주류'에서 '대세'로 자리잡나
잭 도시 트위터 CEO는 지난 12일 비트코인의 온라인 화폐 사용을 활성화하고, 민간 가상화폐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6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500개를 기부해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도시는 미국의 유명 래퍼이자 음원서비스업체 타이달을 운영하는 제이 지와 함께 비트코인을 활용한 기부 및 펀딩 프로젝트를 펼쳐 나갈 방침이다. 비트코인 앞 글자를 따 'B트러스트'라고 명명된 해당 펀드는 활동 목표를 '비트코인을 인터넷상의 통화로 만드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도시는 지난 10일 워싱턴DC의 비영리 가상화폐 싱크탱크인 '코인센터'에도 100만 달러(11억원)를 기부했다.
도시의 암호화폐 시장 관련 움직임은 머스크에 앞서 지난 수 년간 계속돼왔고 최근 들어 더욱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도시가 설립한 핀테크 기업 스퀘어는 2018년 비트코인 매매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비트코인에 5000만 달러(553억원)를 투자했다. 트위터는 거래업체가 요구할 경우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통적인 금융 산업도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BNY 멜론)은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가상자산 거래를 취급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BNY 멜론은 지난 11일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화폐들의 보유, 이전, 발행 업무를 본격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먼 레겔먼 BNY 멜론 자산서비스·디지털영업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자산을 위한 통합 서비스 제공 계획을 발표한 첫 번째 글로벌 은행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레겔먼 CEO는 "디지털 자산은 주류가 되고 있다"며 기업 고객들의 수요 증대에 따라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대형 수탁은행으로 꼽히는 BNY 멜론이 디지털 통화를 미 국채와 주식 등 전통적인 보유 자산과 동등한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취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별개의 시장으로 분류되던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한층 앞당겨 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BNY 멜론에 앞서 금융기관 중에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2018년 10월 비트코인 관련 사업에 관한 계획을 공개했고 지난해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화폐 영업 허가를 받았다. 마스터카드도 올해 중 자체 네트워크에서 특정 가상화폐를 지원할 계획을 밝히면서 전통의 금융 산업도 속속 가상화폐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세금납부도 가능해지며 진입장벽이 한층 낮아졌다.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시는 법정 통화인 달러와 함께 비트코인으로도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내에서 비트코인이 납세 수단으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란시스 수아레즈 마이애미 시장은 "비트코인으로도 세금을 받겠다"면서 "공무원들이 원하면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지급하고, 시의 자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중모드' 금융당국도 하나 둘 '빗장 풀기'
가상화폐를 대하는 각국 금융당국은 여전히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하나 둘 빗장이 풀려가는 모양새다. 캐나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는 토론토에 본사를 둔 자산관리 회사인 '퍼퍼스 인베스트먼트'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며 이같은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대표적인 가상화폐 지지자로 꼽히는 헤스터 피어스 위원은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는 점을 반영해 "세부적인 규칙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미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버블' 또는 '불법 금융'에 활용된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낼 때 이와 반대로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했던 피어스 위원은 최근 로이터통신과 가진 터뷰에서 테슬라나 BNY 멜론 등의 결정을 언급하며 이같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주류'와 '비주류' 경계에 선 가상화폐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데다,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 참여를 선언하면서 관련 규칙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서만 70% 가까이 급등한 비트코인 변동성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2017~2018년 3만 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이 수 백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 들며 이후로도 변동폭이 컸던 전례에 비춰볼 때 현재의 급등세가 언제 꺼질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역시 공식 발언을 통해 이같은 경계감을 나타낸 바 있다.
JP모건체이스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비트코인 매입 발표가 있은 뒤 '변동성'으로 이한 다른 기업들의 투자 참여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는 현재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기업이 투자 포트폴리오 1%를 비트코인으로 채우면 연간 가격변동률이 80%에 달하는 비트코인으로 인해 회사 자산의 가격 변동률이 큰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이런 흐름이 더 많은 기업의 가상화폐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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