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완화에 비판 여전.. 유흥업소 "업종별 고려를", 의료계 "너무 일러"
정부가 지난 13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일부 자영업자와 방역 전문가들 모두에게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차 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섣불리 거리두기 단계를 낮췄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15일 0시부터 수도권의 거리두기는 2.5단계에서 2단계로, 비(非)수도권은 2단계에서 1.5단계로 각각 완화됐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에서는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 제한이 사라졌고, 수도권에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시간은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됐다.
3개월동안 집합금지가 내려져 영업 자체를 할 수 없던 6개 유흥시설도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해졌다. 방 1개당 최대 4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고, 클럽이나 나이트에서 춤 추기가 금지되는 등 5가지 핵심 방역수칙을 지켜야한다는 조건 하에서다.
그러나 유흥시설 업주들은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허가해준 것은 집합금지가 연장된 것과 다름 없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오후 8시부터 밤 영업을 시작하는 유흥업소에게 오후 10시 제한은 손님이 오기 시작하는 시간에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서울 중랑구에서 35년째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는 김모(72)씨는 "오후 8시에 문을 열고 홀 청소, 직원들 식사 등 영업준비를 하면 오후 10시쯤부터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기 시작한다"며 "손님이 몰리기 시작할 때 문을 닫아야 하고, 춤도 추지 못하게 하니 손발을 묶고 영업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을 열어도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추가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500평 규모 업장을 운영하며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만 1억원이 넘는데 1년 가까이 영업을 못하면서 유흥시설 종사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봉 유흥음식업중앙회 국장은 "밤 영업만 하는 유흥업소 특성을 고려해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루 6시간만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묵살당했다"며 "업종별로 손님들이 이용하는 시간이 각각 다른데, 방역 당국이 이같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3차 대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의 방역 조치를 너무 빨리 완화했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에서는 체육시설, 대형병원 등을 고리로 한 산발 감염이 이어지고, 설 연휴로 인한 이동량 증가의 영향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발생한 집단감염을 살펴보면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다 확진된 사람들이 전파자 역할을 했다"라며 "일상생활 곳곳에 무증상 감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고 술을 마시는 유흥시설 등의 영업 제한을 풀어준 것은 방역 차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상황을 이유로 영업제한을 완화해준 것이겠지만,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허용하는 조치는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감염 위험만 높이는 것"이라며 "설 연휴 영향, 3월 등교 등의 위험 고비가 지날 때까지 선별적으로 집합금지 업종에 손해 보상을 해주는 방식을 우선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방역 당국 역시 의료계에서 제기된 재확산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비수도권은 안정적으로 3차 유행 감소세가 이어지는 반면 수도권은 유행 감소세가 정체되고 있다"며 "설 연휴로 인한 이동량 증가와 다중이용시설 운영 확대에 따른 위험도 역시 이번 주부터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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