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선생 빈소에서 조화 받지 않는 까닭은
[경향신문]
15일 투병 끝에 별세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에서는 일체의 조화를 받지 않고 있다. 유족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한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에서 보낸 조화를 돌려보냈다.
양기환 장례위원회 대변인은 “조화를 받지 않는 것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라면서 “마음으로 보내면 되지 조화를 거창하게 쫘악 갖다가 위세를 떨치는 것도 아니고 탐탁하게 생각하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이 역시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에는 영정 사진 외에 대형 흑백 사진 2장이 함께 놓였다. 빈소에 사진을 놓은 노순택 작가는 “추모의 의미도 있지만 장례의 엄숙함을 강조하기보다는 백 선생이 살아 생전 무엇을 외쳤는지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 불끈 쥔 주먹과 양팔을 펼친 모습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으로 명칭이 정해진 고인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마지막날인 19일에는 오전 9시부터 대학로에서 노제를 마치고 추모행진도 한다. 박래군 장례위원회 기획위원장은 “평소 같으면 광화문 광장에서 영결식을 할텐데 광화문이 공사 중이라서 장례위원회에서 서울시 당국과 협의를 거쳐 장소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딸인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1년여간 투병하는 동안 아버님께서 당신은 절대로 병상에서 투병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동 현장에서 싸우다 죽겠다고 병상에 넣지 말라고 하셨는데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면서 “아버지가 평소에 말씀하셨던 우리가 지켜나가야 하는 노나메기 큰 세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상에서도 추모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6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분향소를 만들었다. 인터넷상에는 사이버 추모관도 개설됐다. 다만 일부 포털사이트에 달리고 있는 악성 댓글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법률위원장은 “조롱과 비난 등 악의적 표현은 망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법률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법적 검토를 거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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