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m 묻지마 살처분 결국 축소..1km+동일종으로 완화
2주간 한시 축소 후 재검토
백신 도입은 여전히 소극적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방역대책 추진' 방안을 15일 발표했다. 이번 조정안은 예방적 살처분 범위 확대에 따른 양계산업 피해를 감안한 조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5일 기준 AI 때문에 도살처분됐거나 예정인 가금류 마리수는 28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중 산란계는 1500만 마리 수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산란계의 4분의 1 수준이다.
살처분 수가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경기도 내 일부 농가들이 예방적 살처분을 거부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대한육계협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수평전파나 역학관계로 확산되는 추세가 아님에도 과도한 살처분으로 양계농가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이번 대상 조정으로 앞으로 살처분 자체는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앞으로 가금 농장에서 어떻게 AI가 발생하느냐가 방역지침 유지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살처분 규정은 반경 500m 이내 범위였다가 2019년 말 3km로 개정되면서 강화됐다. 산으로 가로막혀 왕래가 없는 경우, 야생조류로 인한 감염 우려가 없는 경우에도 무차별하게 3㎞ 기준을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진 계련연구회 회장은 "AI가 터진 농장과 큰 산으로 가로막혀 있거나 철새가 잘 오지 않는 동네에 위치한 농장이라도 일방적으로 3㎞ 기준을 내세워 살처분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형지물을 고려하는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더 세밀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살처분 기준을 완화했다. 대신 방역과 검사는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농장 내부와 주변의 바이러스 제거를 위해 1100여대의 소독차량을 총동원하여 농장 주변과 진입로에 대해 매일 집중소독을 실시한다.
또 AI 감염된 가금 개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검사체계를 기존 간이검사에서 정밀검사로 전환하고, 일부 축종은 검사주기도 단축한다. 잠재위험의 신속한 제거를 위해 알 생산 가금농장에 대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일제 정밀검사를 추가로 실시하고, 육용오리에 대해서도 이번 주에 일제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가금산물 수급안정 방안으로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약 500만개, 이달말까지 2400만개의 신선란을 수입해 지속 공급한다. 또 산란종계 13만9000마리에 대한 관세도 0%로 설정돼 산란종계·산란계병아리 수급 관리도 나선다.
다만 백신 도입에 대해선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살처분 대신 백신 도입을 권장 하지만 정부는 인체 감염 우려 등으로 곤란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바이러스 변이가 워낙 잦아 적기에 알맞는 백신을 개발하기 어렵고 효능도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신접종으로 변이가 이뤄져 인체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는 백신 접종을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은 우리나라처럼 백신을 쓰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AI가 인수공통 감염되는 전염병인 만큼 정부의 우려도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무턱대고 백신을 막을 것이 아니라 변종 발생 가능성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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