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대기오염 노출, 뇌 노화 빨라지고 치매 위험성 높아져"

장종호 2021. 2. 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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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과 연세의대 연구진이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인의 뇌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 동안 대기오염이 폐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나, 이들 물질이 뇌까지 영향을 미쳐 노인성 치매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주목받고 있다. 대기오염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서 일부 연구가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어떤 대기오염 물질이 뇌의 어느 부위에 변화를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없었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노영 교수와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조재림 박사, 김창수 교수팀이 우리나라 수도권 2개 지역을 포함한 4개 지역에 거주하는 957명의 건강한 장노년층의 뇌 영상을 분석해 대기오염과 뇌 건강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 대상자는 대기오염 정도가 다른 4개 지역(2개 대도시와 2개 지방 소도시)에 10년 이상 거주했으며,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등 뇌질환이 없는 건강한 50세 이상의 장노년층이었다. 남성 427명, 여성 530명이었고, 평균 연령은 67.3세였다. 대상자 모집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이뤄졌다.

연구는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대상자의 대뇌피질 두께 및 피질하구조물의 부피를 측정하고, 대상자 거주지역별 대기오염 물질(PM10, PM2.5, NO2) 농도를 노출자료로 이용했다. PM10과 PM2.5는 호흡성 분진으로, 지름 크기가 10㎛ 이하면 PM10(미세먼지), 지름 2.5㎛ 이하는 PM2.5(초미세먼지)로 불린다. NO2는 대표적인 유해가스인 이산화질소로 자동차, 항공기, 선박, 산업용 보일러, 소각로 등에서 배출된다.

연구 결과, PM10, PM2.5, NO2 농도에 비례해 대상자의 뇌 두께가 감소했다. 대기오염 농도가 높아질수록 측두엽 등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뇌피질 영역의 두께가 감소했고, 해마, 기저핵, 시상 등 뇌 구조물의 부피가 줄어들었다. 단, 뇌 위축 정도는 오염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다.

각 오염원별로 살펴보면, PM10 농도가 10ug/㎥ 높아질수록 전두엽 두께가 0.02㎜, 측두엽 두께가 0.06㎜ 유의하게 감소했고, PM2.5 농도가 10ug/㎥ 높아질수록 측두엽 두께가 0.18㎜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이산화질소의 경우 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이산화질소 농도가 10ppb 증가할수록 전체 뇌피질두께는 0.01㎜, 전두엽은 0.02㎜, 두정엽은 0.02㎜, 측두엽은 0.04㎜, 뇌섬엽은 0.01㎜ 유의하게 감소했다.

노영 교수는 "대기오염 물질 노출에 의해 얇아지는 영역은 주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치매의 기억력 감퇴와 관련이 있는 부위"라며 "기저 질환이 없는 건강한 고령자라도 대기오염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뇌의 노화가 빨라지고 치매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기오염물질은 건강에 나쁜 물질이 복합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해롭다. 일반적으로 대기오염물질은 허용 기준치보다 낮으면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양한 오염물질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게다가 대기오염은 특성상 보다 취약한 인구 집단이 있을 수 있고, 노출 경로에 따라 더욱 건강에 나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 위험 대기오염물질의 기준을 재설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도 대기오염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해, 매일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발표하며 경보 및 예보제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해로운 수준이라면 가급적 외출을 삼가거나 불가피한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부 활동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등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 시에는 해당 마스크의 규격을 확인하고 코와 입 전체를 가리는 올바른 착용법을 준수해야 한다.

노영 교수는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되면, 기저질환자나 노약자, 어린아이들과 같은 취약집단은 물론 건강한 사람들도 질병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마스크 착용과 같은 개인별 회피요법은 대기오염에 따른 건강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기에,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반에 걸쳐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기관에서 발행하는 공식 저널이자 환경 및 독성학 분야 최고의 저널 중 하나인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EHP)'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환경부 생활공감 환경기술개발사업 및 보건복지부 연구중심육성 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왼쪽부터 노영 교수, 조재림 박사, 김창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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