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소송 진 SK이노의 선택①]합의 급선무인데..가능성은?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배터리 전쟁'에서 패배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물밑 합의를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포드·폭스바겐 등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고객사도 일제히 목소리를 내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양사의 자발적인 합의가 미국 제조사와 근로자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역시 "우리는 두 배터리 공급사 간 싸움에서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라며 "적절한 (배터리 공급사) 전환을 위해 유예 기간을 최소 4년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양사가 이 분쟁을 법정 밖에서 해결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사 모두 조속한 합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모양새다. SK이노베이션은 "합리적인 조건하에서라면 SK이노베이션은 언제든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소송을 조기에 종료하고 산업 생태계 발전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양사가 합리적으로 협상을 타결해 손해배상 문제를 마무리 짓고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얼마나 빨리 해소할지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며 "조만간 논의가 시작돼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ITC의 최종 판결이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증명하는지를 놓고 벌이는 해석 싸움이다.
SK이노베이션은 판결 직후 낸 입장문에서 "ITC의 이번 결정이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이 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아직 남아 있는 절차를 통해 해당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ITC가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예비판결) 전면 재검토를 결정한 이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쟁점 사항을 소명했음에도 절차상 문제점을 근거로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실체 판단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항소 등 정해진 절차에 더욱 적극 대응해 진실을 가리겠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날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최종 결정문을 보면 구체적인 것을 하나하나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라고 할지라도 결국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다는 것"이라며 "저희가 주장한 영업비밀 침해 케이스가 이번 최종 판결을 통해서 확정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햇수로 3년 째 이어지는 소송전에서 수차례 합의를 시도했으나 결국 타결하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2조8000억원, SK이노베이션에서는 수천억원 수준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합의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 피해보상액을 산정하면 최대 6조원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위를 점한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를 반영해 합의금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히 "협상 금액에 징벌적 손해배상 포함 여부는 전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협상 태도에 달렸다"며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ITC 소송에서 패배한 SK이노베이션이 합의금 규모를 올려 보다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이 1조6102억원 수준인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원하는 수준의 합의금을 맞춰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포드와 폭스바겐에 한해서는 각각 4년, 2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또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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