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줄줄·멈춰버린 승강기..공공임대 아파트, 누가 지켜주나요

김민성 2021. 2. 1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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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분양 전환 공공임대 아파트'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일정 기간 임차인으로 살다가 비교적 저렴하게 분양받아 거주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제도인데, 애초 취지와는 달리 분양 시점만 되면 종종 파열음이 나와 애먼 피해자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YTN이 취재한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김민성 기자!

먼저 분양 전환 공공 임대 아파트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분양 전환 공공 임대 아파트는 말 그대로 임대 아파트는 임대 아파트인데 임차인들이 나중에 분양 우선권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입니다.

5년이나 10년 정도 임차해서 거주하다가 약속한 시점이 되면 내 집으로 만들어 눌러살 수 있는 제도인데요.

기존 임차인에게 매입 우선권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는 게 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물론 임차인이 분양을 거부하거나 거주 요건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주택 사업자가 시세대로 팔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막상 분양 시점이 되면 임차인 기대보다 과하게 비싼 금액을 요구하거나, 아예 원주민들의 분양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간의 분쟁이 잦았습니다.

비슷한 부작용이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면서 법이 개정되기도 했는데요.

공공주택사업자가 법 위반을 통해 소위 '시세'대로 임대주택을 팔게 되면 애초 분양전환 가격과의 차액에 2배 가까운 금액을 과태료로 물게 됐습니다.

YTN이 취재한 이번 군산 사례는 법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남겨진 임차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보도된 군산 지역 임대아파트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지난 2014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950여 세대 아파트인데요.

입주 5년 뒤에 분양을 희망하는 임차인에게 우선 매입권을 주기로 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2018년 6월경 원래 임대 사업을 하던 건설사가 자본금 5억 원짜리 건설사에 이 아파트를 판매했습니다.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는데요.

약속한 5년이 지나고, 분양전환이 시작돼야 하는데 군산시에서는 승인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건설사가 분양 전환에 앞서 하자보수보증을 위한 담보금, 이른바 특별수선충당금 등을 내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지금까지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14년 2월에 입주했는데 5년은커녕 7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진전이 없습니다.

임대보증보험 기간 연장마저 삐걱대기 시작하자 임대사업자 대신 보증보험금을 전액 부담한 임차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파트 안에 불안감이 감돌면서 약 200세대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아파트를 떠나버렸습니다.

[앵커]

우선 분양은 잠시 멈춰선 거라고 하더라도 관리만 잘 되고 있었다면, 말 그대로 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을 텐데요.

[기자]

취재팀이 아파트에 가보니 관리 상태가 상당히 심각했습니다.

지하주차장은 물론이고 건물 외벽이나 내벽 할 것 없이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요.

군데군데 실금이 간 곳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면 빨갛게 녹슨 철근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집에 비가 새는 영상이나 집 바닥 곳곳에 수건을 깔아둔 사진을 YTN에 많이 보내주셨는데요.

왜 물이 새는 건가 싶었는데 옥상에 올라가서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방수 시공이 벗겨져 일어난 곳에는 콘크리트에 뿌리내린 잡초가 무성했습니다.

18층짜리 건물 승강기가 열흘 넘게 멈췄다거나, 소방 시설이 고장 난 상태로 몇 달간 방치됐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앵커]

왜 이렇게 관리가 허술한 건가요? 이것도 건설사 문제인가요?

[기자]

애초 아파트 관리는 관리사무소에서 하는 거라 건설사 책임은 아니라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 아파트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앞서 2백 세대가 집을 비우고 나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렇게 비어 있는 집을 '공가 세대'라고 합니다.

공가 세대의 관리비를 내야 하는 임대사업자가 이를 나 몰라라 하다 보니 그 부담이 남아 있는 임차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입니다.

얼마 전에 수도 요금을 냈는데, 여전히 억대 전기요금이 밀려 있다고 합니다.

천 세대 가까운 아파트의 관리비 통장에 20만 원 정도만 남아 있던 적도 있었는데요.

이런 식으로는 관리가 쉽지 않겠죠.

관리비 연체가 지난해 9월 말부터 이어지면서 관리사무소마저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 와중에 집을 비우고 나가야 하는 세대도 수십 세대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월세 세대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상 주거 절벽에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건설사하고 임대차 계약을 한 뒤 잘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탁사에서 집 대문에 공매 예고 통지서를 붙이고 간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던 임차인들이 상황을 파악해 봤겠죠.

알고 보니 신탁사와 담보 신탁 계약을 체결해 소유권과 관리권을 넘겨준 아파트를 가지고 건설사가 다시 임대를 내줬던 겁니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계약을 한 임차인들은 말 그대로 길에 나앉을 판입니다.

당장 이달 말부터 하나씩 공매가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월세로 사는 십수 세대가 건설사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피해 보상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문제가 된 건설사가 임대 사업자로 있는 아파트가 이곳 한 곳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당연히 문제가 터진 아파트도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현재 해당 건설사는 군산뿐만 아니라 대구, 전남 무안 등지에 모두 2천2백여 세대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들 모두 원 건설사로부터 사들여 임대 사업을 하는 곳입니다.

이 가운데 3개 단지, 천900여 세대가 이번에 문제가 터진 아파트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공사 측 손해도 막심한데요.

건설사가 퇴거 세대에 보증금도 내주지 않아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환급해준 보증금이 군산 아파트에서만 170억 원, 전국적으로는 230억 원이 넘습니다.

현재 환급 심사 중인 것까지 더하면 공사가 대신 부담할 보증금 총액은 280억 원까지 불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채권 보전을 위해 해당 건설사 명의 계좌에 10억 원 상당의 채권 가압류를 걸어 둔 상태입니다.

반론을 듣기 위해 건설사 측 접촉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닿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부에서 YTN 김민성[kimms070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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