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 맞은 KAIST..혁신과 산업 발전의 '담대한 발걸음'
50년 전인 1971년 2월 16일 서울 홍릉 연구개발단지에서 국내 최초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원인 ‘한국과학원(KAIS)’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KAIST가 16일 개교 50주년을 맞는다. KAIST는 지난 50년간 1만4418명의 박사를 포함해 총 6만9388명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 한국의 과학기술 및 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
● 한국 대표산업 반도체 박사인력 25%, 공과대 교수 20%가 KAIST 출신
KAIST가 지난 반세기 동안 배출한 고급 과학기술 인력은 6만9388명에 달한다. 올해 2월 기준 박사 1만4418명, 석사 3만5513명, 학사 1만9457명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화,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의 대표 산업격인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만 박사 인력 약 25%가 KAIST 출신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연구개발(R&D)의 핵심 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 이공계 인력 양성과 벤처 창업에서의 활약도 돋보인다. 공과대학 교수의 20%가 KAIST를 졸업했다. 특히 박사 졸업생 가운데 1700명이 중견·벤처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중 약 20%인 320여명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KAIST 동문이 창업한 기업은 1830여개로 2018년 기준 연매출은 13조6000억원이다. 졸업생의 45%가 산업체에 근무하고 있으며 31%는 대학교수, 21%는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KAIST는 지식 생산과 기술이전료에서도 지난 반세기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2019년 기준 누적 기술이전료는 570억원이다. 1972년부터 2019년까지 생산된 논문수는 7만6100건에 달한다.
개교 이래 누적 발전기금 액수는 4033억원으로 기부자만 2만4318명이다. 기부금은 KAIST가 오늘날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산업 분야 혁신 과학기술을 탄생시키는 데 밑거름이 됐다.
● KAIST 졸업 1호 박사는 양동렬 기계공학과 명예교수...1989년 ‘대덕 시대’ 열어
KAIST는 1973년 3월 106명의 석사과정 신입생이 입학해 2년 후인 1975년 9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1975년 9월 21명의 박사과정 신입생이 입학해 3년 후인 1978년 8월 2명의 졸업생을 처음으로 배출했다. KAIST 졸업 1호 박사이자 졸업생 출신 1호 교수는 양동렬 기계공학과 명예교수다.
KAIST는 1980년 12월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통합해 교명을 지금의 KAIST(한국과학기술원)로 변경했다. 1989년 6월 KIST와 분리된 KAIST는 같은 해 7월 한국과학기술대학(KIT)과의 통합을 계기로 대덕 캠퍼스로 이전해 학부와 대학원을 모두 갖춘 ‘대덕 시대’를 열었다. 2009년 3월에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와 합병하는 등 교세를 꾸준히 확장했다.
● 이공계 혁신 분야에서 굵직한 ‘족적’ 남겨
KAIST는 198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 인터넷 시스템 구축, 1990년 국내 최초 인공지능(AI)연구센터 설립, 1992년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 성공 등 국내 과학 발전 역사에서 최초·최고의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1995년에는 386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했으며 2002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했다. 2008년 한국인 최초 우주비행사 ‘이소연’씨를 배출했으며 2015년 세계 재난 로봇대회 우승, 2020년 사이배슬론 국제대회 착용형 로봇 분야 금·동메달 수상 등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2000년대 초까지 200위~100위권을 맴돌던 세계대학 순위도 껑충 뛰어올랐다.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가 지난해 2월 발표한 2020 세계대학 평가 순위에서 KAIST는 2019년 대비 2단계 상승한 39위를 차지했다.
2020년 3월 QS가 전세계 1368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48개 학문 분야별 순위에서도 전지·전자공학과 재료과학 등 2개 분야가 각각 세계 17위와 19위를 차지했다.
● “기업가치 10조원 넘는 스타트업 10개 육성”
KAIST는 향후 50년의 목표로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는 1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는 10명의 ‘특이점 교수’ 배출, 전세계에서 10개의 X-KAIST를 설립하는 ‘10-10-10 드림’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글로벌 가치 창출, 선도대학’으로서 인류의 번영과 행복을 위한 과학기술 혁신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는 KAIST의 미션을 국민들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지난 반세기에 걸쳐 일궈 낸 성공의 유산에 더해 ‘글로벌 가치 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의 비전을 수립하고 국가와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밝히고자 두 번째 꿈을 향한 도전과 혁신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도전(Challenge)·창의(Creativity)·배려(Caring)의 ‘C3’ 정신을 바탕으로 교육·연구·기술사업화·국제화·미래전략 등 5대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전략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16일 5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영상 축사
KAIST는 16일 오전 10시 30분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기념식을 개최한다. 16일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한국을 빛낸 50년, 인류를 빛낼 100년’이라는 슬로건으로 KAIST의 설립유공자들과 과거를 반추하는 시간을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영상으로 축사를 전할 예정이다. 박병석 국회 의장과 라파엘 라이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총장, 클라우스 폰 클리칭 노벨물리학상 수상자(1985) 등이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오후 2시부터는 국제심포지엄도 함께 열린다. 신성철 총장과 토마스 로젠바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총장, 조엘 메소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총장이 기조 연사로 참여해 ‘미래 50년 대학의 역할’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다. 또 ‘KAIST의 국제사회 기여’를 주제로 한 덴마크·미국·아랍에미리트·영국·이집트·케냐·파키스탄 등 7개국의 주한대사가 참석해 KAIST의 국제사회 기여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KAIST는 또 개교 50주년을 맞이해 ‘글로벌 렉처 시리즈’를 연중 기획 시리즈로 진행하고 4월에는 ‘글로벌 행정 포럼’ 등 학술 행사를 개최한다. 2월과 3월 중 개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KAIST 50년사’와 ‘미래 50년(단행본)’이 발간된다. 10월에는 캠퍼스 및 연구시설을 개방하는 ‘오픈 KAIST’를 개최하는 등 국민과 함께 비전을 공유할 계획이다.
[김민수 기자,조승한 기자 reborn@donga.com,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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