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코로나19에 완성차 스몰3사 위기 경보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사태가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대주주를 둔 완성차 '스몰3사'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고, 자율구조조정(ARS)에 돌입한 쌍용차는 법정시한인 오는 28일까지 'P플랜'(사전회생계획안·Pre-packaged Plan)에 시동을 걸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국지엠은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방침에 따라 지난 8일부터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고, 프랑스 르노의 비용절감 요구로 희망퇴직 등을 추진 중인 르노삼성은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쌍용, 법정시한 2주 앞으로…생산차질 이어져
15일 업계에 따르면 ARS 시한을 2주 앞둔 쌍용차는 오는 28일 전까지 법원에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겠다는 목표로 P플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와 유력 인수후보인 HAAH오토모티브간 입장차로 4자(산업은행·쌍용차·마힌드라· HAAH오토모티브)간 협의가 불발된 후 P플랜에 공을 들여왔다.
P플랜은 워크아웃의 신규자금 지원 기능과 법정관리의 채무조정 기능을 합친 제도다.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을 전제로 2~3개월 정도의 초단기 법정관리를 거치며, 법원주도로 신속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다. P플랜 가동을 위해서는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 전 사전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쌍용차의 'P플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투자자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계획과 산업은행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HAAH오토모티브는 자신들이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산은이 같은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이 이에 동의할 지는 불투명하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도 최근 변수로 떠올랐다. 쌍용차의 부채가 자산가치보다 크면 P플랜 추진시 주주동의가 필요하지 않지만 최근 평택공장 부지 가격이 많이 올라 마힌드라의 동의가 중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차질도 문제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21일 회생신청 후 부품공급 차질로 가동과 중단을 반복해왔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지난 3일 이후 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쌍용차는 16일 생산재개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한국지엠 차량용반도체 품귀 유탄…부평2공장 절반 가동
한국지엠은 지난 8일부터 부평2공장을 50%만 가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모회사 미국 제네럴모터스가 생산차질을 빚으며 글로벌 구매·공급망에 통합된 한국지엠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4일 "세계 자동차 산업의 반도체 공급이 여전히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제네럴모터스(GM)의 글로벌 구매·공급망에 통합된 한국지엠은 8일부터 부평 2공장의 가동율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한국지엠 구매 조직은 현재 부품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부품업체들의 반도체 수급에 대한 방안을 찾고 GM과 한국지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부품 수급에 대한 유동성으로 인해 해당 공장에 대한 운영은 매주마다 상황을 살펴 생산계획을 확정해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평2공장에서는 현재 중형 세단 말리부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가 생산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수요가 많은 제품들을 우선 생산하며, 부평2공장의 생산 손실을 최대한 회복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가동률 정상화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매주 상황을 보며 생산계획을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 희망퇴직·노사갈등…본사서 '경고성메시지'
지난해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로 적자를 낸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그룹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르노그룹은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 인도와 함께 수익성을 강화해야 하는 지역으로 지정했다.
르노그룹은 전 세계 각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르놀루션에서 한국과 함께 수익성 개선 지역으로 언급된 라틴 아메리카 지역 브라질의 경우 이미 1300여명을 감원하고 신입사원 임금의 20%를 삭감했다.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 협약 주기도 4년으로 변경했다. 르노삼성 역시 이달 초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의 임금도 20% 삭감키로 했다. 아울러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서바이벌 플랜'을 시행 중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결정을 받았으며, 이달 초에는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가결시켜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르노그룹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은 지난 9일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쳐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며 "부산공장은 뉴 아르카나(XM3 수출 차량)의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었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초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되고 르노로부터 후속물량을 받지 못하며 심각한 생산·수출절벽을 겪었고, 결국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XM3의 유럽 수출이 시작됐지만 유럽시장의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고전해왔다. 르노가 제조원가를 이유로 XM3 생산공장을 다시 변경할 경우 심각한 경영난이 불가피한 만큼 르노그룹이 최악의 경우 한국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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