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문 아동학대 '속발성 쇼크사'..경찰, 살인죄 적용 검토

2021. 2. 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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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울산 계모 의붓딸 학대
'미필적 고의' 살인죄 인정 선례
전문가 "폭행 광범위성 등 따져야"

경기도 용인에서 이모·이모부의 물고문과 폭행 등의 학대로 열 살 아동이 사망한 사건의 검찰 송치를 앞둔 가운데, 경찰이 ‘속발성 쇼크사’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이모·이모부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행의 심각성이 부검 결과 구체적으로 추가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15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지속적인 폭행으로 인해 발생한 속발성 쇼크사의 경우에도 살인죄 처벌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판례를 검토 중으로, 열 살 아동 살인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이모·이모부에 의해 사망한 A양이 발견됐을 당시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는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1차 구두소견을 내놨다. 이모·이모부의 폭행으로 생긴 피하출혈이 쇼크를 불러왔을 것이란 설명이다. 숨진 A 양의 주검에서는 폭행으로 생긴 수많은 멍 자국과 몸이 묶였던 흔적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모·이모부가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 하는 등 ‘물고문’을 연상케 하는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속발성 쇼크사의 살인죄 적용 법리를 검토 중이다. A양을 살해한 이모·이모부에 대해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하면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진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살인죄(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와 비교해 법정형량이 가볍진 않다. 그러나 양형 기준상 징역을 보면, 아동학대치사죄는 기본 4~7년, 살인죄는 10~16년으로 차이가 크다. 또 살인죄가 인정돼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가해자들의 얼굴 공개 역시 가능하다.

다만 아동학대치사죄와 달리 살인죄가 적용되려면 고의성도 입증돼야 한다. 경찰은 이모·이모부가 ‘이러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미필적 고의를 가진 상태에서, A양을 폭행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속발성 쇼크사가 살인죄로 연결된 판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육군 제28사단에서 이모 병장과 3명의 병사가 윤 일병에게 음식을 쩝쩝거리며 먹고 대답이 늦다는 이유로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적이 있다. 일명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 이다. 당시 사인은 구타로 인한 좌멸증후군과 속발성 쇼크가 거론됐고, 주범 이모 병장은 2016년에 대법원에서 징역 40년이 확정됐다.

아동 학대 관련,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죄 적용 판결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울산 계모 사건’이다. 계모 박모 씨는 지난 2013년 10월 “소풍 가고 싶다”는 7세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2심인 부산고법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계모에 대해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7세 아동에게 성인의 주먹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속발성 쇼크로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가능성은 있으나, 2차 부검을 통해 고의를 입증할 만한 사인을 더 밝혀내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며 “폭행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상처를 남겼는지, 때린 곳이 치명상을 입힌 부위였는지, 얼마나 심하게 폭행했는지, 당시 무기를 사용했는지 등을 바탕으로 접근하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죄 적용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르면 오는 16일께 검찰로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지난 8일 긴급체포를 통해 이모·이모부가 구속된 상태라 늦어도 17일까지는 검찰로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설 명절 기간 일평균 아동학대 112 신고량이 지난해 24건에서 47건으로 95.8% 폭증했다. 최근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이 높아지면서 신고 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설을 앞두고 아동학대 사건 전수 모니터링을 통해 학대우려 아동에 대한 보호, 지원 필요성을 점검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도 신고 활성화를 통한 아동학대 범죄 예방 노력을 지속하고, 피해아동의 안전 확보와 재발방지가 최우선임을 명확히 인식해 초동조치부터 세밀한 조사 등으로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헌·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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